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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y 01. 2020

[취향의 발견] Just My Imagination


글 | 사진제공. 배민영     


아마도 이번 호에 ‘코로나19’라는 용어가 백 번쯤은 나오겠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도 스무 번은 나올거야! 하고 상상하며 글을 시작한다. 원고를 쓰고 독자들이 잡지를 손에 넣기까지 열흘 정도 걸리니 총선이 막 끝났을 때 상황은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꽤 많은 것이(직종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게) 정지된 상황. 많은 사람이 집에 머무르는 이 시점은 지난 세기 말 “인터넷 시대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라며 미래를 예견하던 신문방송학과 교수들조차 놀랄 수준의 엄청나게 빨리 도달한 미래다. 


이쪽 그리고 저쪽

예술 평론을 한다고 해서 몽상가나 공상가만을 찬양하지는 않는다. 사실주의가 힘을 잃었다고 해서 실재감이나 현장감에 천착하는 작가를 한물갔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때에는 사실화나 극사실화가 ‘현실적 상상력’을 집중해서 발휘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의 ‘현실 인식’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성적이다.’라는 말 뒤에 숨은 ‘우월감’이라는 감정을 애석하게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감성만을 좆는 것이 강력한 대안이 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우디 그리고 몬

이번에 소개할 작가 ‘우디’(@woodyxmon)는 수년간 귀여운 몬스터 ‘몬(MON)’을 그려왔다. 작가는 몬이 집 안 어디엔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상상으로 처음 작업을 시작했고, 이제는 반려동물이나 영원한 친구처럼 “현실 속에 늘 붙어 있는 존재로 인식할 정도”라고 말한다. 나는 몬을 통해 무언가를 많이 보여주고 획득하려 하기보다는 같이 있는 상상 자체를 즐기는 그의 삶을 정겹게 느끼고 때론 동경한다. 


아마도 이 칼럼에서 처음으로 일러스트 작가를 소개하는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에서도 서로 격려하고, 아이와 같이 순수한 상상력으로 어쩌면 그때의 ‘현실 인식’을 잃지 않는 작가들의 세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얼른 코로나 정국이 끝나서 맘 놓고 그들의 페어를 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사족을 달자면, 제목으로 차용한 ‘Just My Imagination’은 언젠가 필자가 최애 밴드라고 밝힌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싱글 제목이기도 한데, 인류애의 연대를 이야기한 존 레넌의 ‘Imagine’도 좋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읊조리다 만들었을 이 곡의 가사 중 마음에 드는 두 구간이 있어서 붙여 적어두기로 한다. 우리는 이런 아이러니한 시대에 산다.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당신의 상상에 맡긴다.     


We were living for the love we had, and living not for reality. It was just my imagination... We will be living for the love we have, living not for reality. It was not my imagination.     


배민영 

예술평론가. 갤러리서울, 취향관 등에서 편집장, 

전시와 시즌 테마 기획 등을 담당했으며, 

변화하는 삶을 배우는 자세로 놀 듯이 일하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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