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May 18. 2020

[에디토리얼] 通

소녀시대 윤아와 그리고 팬들의 마음


편집장 김송희



《빅이슈》 224호에서도 소개한 적 있지만, 요즘은 ‘언택트’, 그러니까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재화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나다 들른 편의점도 직원 없이 셀프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뭐든지 사람에게 묻길 좋아하는 저는 우왕좌왕하다 결국 계산을 못 해서 사려던 음료수를 살포시 내려놓고 나와야만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대면 없이 배달로 물건을 받는 것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편의점, 카페, 식당에서도 비대면으로 주문하는 것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없고, 내가 편하고 익숙한 사람들만 만나면 되는 세상. 예전에는 비대면 문화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빅이슈에서 일하면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빅이슈》야말로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운 잡지니까요.(물론 《빅이슈》도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길 위에 서서 무심하게 지나는 인파를 향해 “안녕하세요, 희망의 잡지 빅이슈 입니다!”라고 외치기가 갈수록 힘이 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잡지 한 권 주세요.” 낯선 판매원에게 가서 말을 걸고 손에서 손으로 잡지를 구매하는 일도 어떤 독자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 같습니다. 누구에게 말을 걸고, 그 사람의 눈을 마주 보며 손에서 손으로 물건을 주고받는 ‘대면 판매’. 그렇다면 사람들이 지면 위에서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어려울까. 그런 생각도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는 ‘지면’ 위에서 마음이 통한 흔치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아하고 응원하는 연예인의 생일이나 데뷔 일을 축하하고 싶은 팬들이 《빅이슈》에 지면 광고를 하는 사례는 자주 있었던 일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의 생일이니 함께 축하하고 마음을 나누려고 좋은 의미의 잡지에 광고를 하고 팬들이 그것을 구매하고 인증하는 것이 하나의 팬 문화처럼 된 것이죠. 이번 호에도 윤아의 팬들이 5월 30일 윤아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윤아 역시 코로나 시대에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서 빅이슈와 커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윤아는 팬들이 《빅이슈》에 생일 광고를 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팬들 역시 윤아가 팬들에게 주는 선물로 빅이슈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서로 몰랐지만, 뭔가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지면 위에서 만난 셈입니다. 중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광고 페이지를 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게 이런 일’이구나 싶어서 새삼 흐뭇했습니다. 잡지가 나오기 전까지 팬들은 모를 테니 깜짝 선물이 될 것 같아서 저 역시 두근거리며 발행일을 기다리게 됩니다. 


부끄럽지만 빅이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판매원을,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자주 떠올립니다. 독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 문자를 사내 단톡방에 공유하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어쩌면 직접 만나지 못해서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당신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냥 한번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잡지 한 권 주세요.”라고 오늘도 용기내 말을 걸어주신 독자분들, 그리고 온라인에서 구매하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