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1인용 식탁>
글. 양수복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
삶과 식사는 닮았다. 둘이, 셋이, 또는 여럿이 함께할 때도 있지만 더러는 혼자 해야 한다. 대부분의 ‘혼삶러’와 ‘혼밥러’들에게는 시선과의 싸움이 과제로 주어진다. “몇 분이세요?”라고 묻는 식당에서 “한 명이요.”라고 답하며 몸이 움츠러드는 사람, “나이 들어서 어떻게 살래?”라는 질문을 듣는 1인가구는 수시로 ‘2인 이상’을 정상성으로 상정한 세상과 싸워야 한다.
<1인용 식탁>은 혼밥을 고독한 싸움으로 비유하는 연극이다. 극은 10년 전 출간된 윤고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려운 혼밥을 코믹하게 그린다. 주인공 인용은 점심시간만 되면 자신만 빼고 사라지는 회사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다 홀로 밥을 때운다. 그러다 혼밥 학원이 있다기에 호기심에 문을 두드리고, 단계별로 혼밥을 마스터해나간다. 1단계는 패스트푸드점, 카페, 동네 중국집, 푸드코트, 2단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패밀리레스토랑, 3단계는 결혼식, 돌잔치, 4단계는 고깃집과 횟집이다.
혼밥 학원의 강사는 음식마다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박자를 훈련시킨다. 면 요리는 국물-면-면 순으로 먹고, 이때 박자는 강-약-약이다. 인용은 메트로놈을 켜놓고 필사적으로 박자를 연습한다. 인용은 동료들 사이에서 이상해 보이지 않기 위해, 사회적 정상성을 획득하려고 부단히도 젓가락을 움직인다. (중략)
이로써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진다. 혼자인 것과 함께인 것 중 뭐 하나가 우위에 있는 건 아니지만 자유보다 위안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선 인용의 일인용 식탁 위에 당당하게 삼겹살이 오른다. 인용은 자신만의 페이스로 식탁을 즐긴다. 시선에서 자유로운 자만이 혼자의 시간을 즐길 자격이 있을지어다.
기간 5월 23일까지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