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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1. 2019

[트렌드] 추위를 달래줄 겨울철 간식


찬바람이 싸늘하게 귓가를 스치면… 나는 주머니 속에 현금 만원을 넣어두는 습관이 있다바로 길거리 간식을 사 먹기 위함이다체온 유지를 하려면 많은 열량이 요구된다는데 이러한 말마따나 추운 겨울을 잘 버티려면 잘 먹어야 한다혹여나 칼로리 걱정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잠시 내려놓자자고로 맛있는 건 0kcal랬다스트레스 받으며 정신 건강을 해칠 바엔 맛있는 간식으로 하루를 힐링을 하는 게 어떨까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겨울 간식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두고두고 후회하지 말고 돼지런하게’ 겨울 간식 먹으러 함께 떠나보자.


글·사진 김선화     





옛날 방식으로 만든 수제 생과자, ‘인천당’

1978년 개업한 수제 과자 가게 ‘인천당’은 노포 중의 노포다. 밥먹고살려고 시작한 일은 어느새 반백 년 역사가 됐다. 2019년엔 <인천 빈티지 로드> 책자에도 선정된 바 있는데, 새빨간 간판부터 세월을 증명하듯 빈티지한 감성을 더한다. 인천당의 문을 열면 과자 가게답게 과자 굽는 고소한 향기가 가득하다. 방문할 당시, 사장님 부부께선 생강 과자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제조 공정은 언뜻 봐도 복잡해 보였다. 반죽을 일일이 둥글게 말고 계셨다. 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엔 보약 달이듯 끓인 생강 진액을 묻힌 후 과자를 건조해야 한다. 건조된 과자는 옛날식 오븐 기계에서 구워지며 수분을 빼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번의 손길이 닿아야 눈꽃 송이 같은 생강 과자가 비로소 만들어진다. 

인천당은 시중에서 보기 힘든 과자를 팔고 있다. 상투 과자, 센베, 밤만쥬가 매대를 채우고 있다. 과자는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맛이라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도 양손 가득 과자 한 근을 담아 가며 아이처럼 웃으신다. 과자 좋아하는 건 남녀노소 불문이 아니던가. 수제 생과자 외에도 추억의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알록달록 젤리의 향연! 할머니 댁에 가면 먹을 수 있었던 계피 맛 사탕, 유가 사탕이 쌓여있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 겨울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먹기 좋다. 상투 과자는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쏙쏙 먹는 즐거움이 크다. 뻔한 디저트가 질린다면 전통 과자로 당분을 충전해보자.


위치_인천 중구 참외전로 138

가격_과자 한 근 6,000원 / 밤만쥬 2개 1,000원

시간_매일 08:00~21:00





설렘 가득한 보랏빛 향기, '레드 고구마 붕어빵' 

겨울이 반가운 건 겨울 한정판 간식이 있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 간식의 대표 주자는 붕어빵이다. 호호 하얀 입김 불어가며 먹으면 겨울 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화제인 붕어빵은 일반 붕어빵과 조금 다르다. 외관부터 톤 다운된 분홍색과 보라색을 띤다. 자색 고구마 붕어빵으로 불리는 특별한 붕어빵은 요즘 인기 있는 먹거리 중 하나다. 숙대입구에서 시작해 신림, 건대입구, 노량진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기존 붕어빵과 달리 이색적인 외관과 맛이라 마치 희귀 아이템을 얻는 것 같다. 한창 인기몰이 중인 음식이라 대기 줄이 길지만, 사람 붐비는 시간을 빗겨나면 바로 구매 가능하다. 

홍해 가르듯 붕어빵 몸통 반을 가르면 고구마 앙금이 마주한다. 먹어보면 고구마 특유의 텁텁함은 하나도 없고, 찐 고구마 특유의 달콤한 풍미만 있다. 단, 먹을 때 굉장히 뜨거워 입천장이 델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앙금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서 입에 넣으면 넣자마자 부서진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앙금이 적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붕어빵 만나보기가 워낙 귀한 세상이니 충분히 용서된다. 최근 유행 중인 ‘대동붕어빵여지도’에 넣고 싶은 붕어빵 맛집이다. 또한 반죽도 간과할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인데, 자색 고구마 붕어빵은 식어도 맛있다. 반죽에 은근한 찰기가 있어 맛이 배가 된다. 붕어빵 마니아라면 한번 찾아가기 좋다.   

  

위치_서울 동작구 만양로14길 29 맞은편

가격_자색 고구마 붕어빵 3개 1,000원

시간_유동적으로 운영





사람 구경하는 맛, ‘창동 할머니 대왕 토스트’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 창동 할머니 대왕 토스트를 본 적이 있다. 토스트를 채운 달걀이 마치 거대한 부침개를 연상시켰다. 가격도 워낙 착한 편이라 가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요즘 갑작스럽게 추워지는 날씨 탓에 가게를 열었을까 걱정했는데, 낡은 점포 하나가 우두커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외환은행 창동 지점 앞에 있는 가게는 이름과 마땅한 주소조차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가게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길에서 서성이며 먹는 동안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토스트를 먹는 걸 볼 수 있다. 주부, 학생,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창동 할머니 표 토스트. 가격은 2019년 11월 1일부터 인상이 돼서 2,500원이다. 그래도 가성비만큼은 여전하다. 대왕 토스트란 말마따나 실제로 영접하니 재료에 아낌없다. 

토스트는 뭐든 크고 가득하다. 속을 채운 달걀 덕분에 토스트가 꽤 묵직하다. 여기에 케첩도 겉면을 덮을 정도 뿌려주신다. 덩달아 설탕을 두 숟가락이나 넣어주시는데, 흡사 슈가보이 백종원의 레시피를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먹어보면 의외로 그렇게 달지 않다. 아마 엄청난 야채 탓이리라. 한 개만 먹어도 포만감이 엄청나다. 솔직히 맛은 평범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다. 양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달걀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기본 토스트다. 하지만 분위기가 따스해서 찾아가고픈 곳이다. 다음에 가도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께서 무심히 양배추와 달걀을 섞고 계실지도. “사람 구경이 좋다”며 그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킬 것만 같다.       


위치_서울 도봉구 덕릉로 249(KEB 하나은행 앞)

가격_대왕 토스트 2,500원

시간_매일 9:30~재료 소진 시 마감






길거리 분식의 정수, ‘이름 없는 가게’

이름조차 없는 가게가 있다. 낡은 간판엔 ‘30년 전통 빵, 순대, 떡볶이, 오뎅’이란 말만 적혀 있을 뿐이다. 부평 모다백화점 앞에 있는 가게는 초행길이라면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높은 건물과 건물 사이 홀로 껴 있다. 눈에 띄지 않기에 찾는 데 고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갈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기본 메뉴인 떡볶이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양은 푸짐하다. 떡볶이 하나만 시켜도 한 끼 식사가 거뜬할 정도다. 30년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떡볶이는 집에 와서도 생각나는 맛이다. 통통하면서도 쫄깃한 떡의 식감은 잊히지 않는다. 떡볶이가 은근 맛을 내기 어려운 요리인데, 떡이 퍼지지 않고 양념을 가득 머금고 있다. 고추장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짜지 않다. 양념 자체가 맛있어서 밥 비벼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선지 가게가 외졌음에도 찾는 손님이 많았다. 먹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손님이 가게를 연신 드나들었다. 손님들이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는 떡볶이의 소울 친구 중인 순대다. 음식 회전 속도가 빠른 편이라 갓 나온 뜨끈한 순대는 마르지 않고 촉촉하다. 순대를 더 맛있게 즐기려면 맛소금도 좋지만 떡볶이 양념에 순대를 찍어 먹는 걸 추천한다. 사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떡볶이, 순대 외에 풀빵도 인기다. 한정된 시간에 맛볼 수 있는 풀빵은 맛도 좋지만 구워지는 과정을 보는 게 묘미다. 사장님께선 우묵하게 팬 틀에 묽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는다. 길거리 위에서 빵 굽는 모습도 보고 분식도 즐길 수 있어서 종종 찾을 것 같다.


위치_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동 부평문화로 44

가격_떡볶이 3,000원

시간_월~토 12:30~재료 소진 시 마감(풀빵은 18:30까지)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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