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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n 02. 2020

[에디토리얼] 인터뷰


편집장. 김송희


출처: 픽사베이


직업이 하나라고 해도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라고 하면 글 쓰는 일 하나만 하는 게 아니고, 교사라는 직업 역시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 잡다한 업무들이 많습니다. 내가 해내야 하는 그 많은 일 중에도 ‘하기 싫어도 참아야 하는 일’이 있고, ‘그래, 이것 때문에 이 직업이 좋지’ 싶은 일도 가끔가다 있습니다. 예전에 직장 상사가 “너는 무슨 일을 제일 좋아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기자 업무 중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이었죠. 사실 자기 일이나 직업에 대해 24시간 골똘하게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그때그때 닥치는 일 해내기만도 바쁜데 언제 그런 고민까지 해요. 저 역시 평소 그런 기준을 딱히 정해두고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질문을 듣고 잠시 멍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이 바로 나왔어요. “저 인터뷰요.”


사실 인터뷰는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일입니다. 낯선 사람과 앉아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터뷰를 할 땐 땀이 삐질 납니다. 게다가 그 자리가 끝나고 녹음 파일을 풀고 글까지 써야 하잖아요? 으엉. 그런데 왜 그 일이 가장 좋다고 답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 더 하기 싫은 일 시킬까 임기응변으로 답했나? 사실 그 질문을 한 분이 별로 좋은 상사는 아니었거든요. 무례하지 않게 좋은 질문을 하고, 글로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일은 늘 어려워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인터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읽는 건 좋아합니다. 거기에 얼마만큼의 진심과 진실이 들어있는지 몰라도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저는 제가 길을 잃었을 때마다 그 해답을 인터뷰이들의 답변에서 얻었던 것 같아요. 지난 호 윤아 씨의 인터뷰 중에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는 조언이 와 닿았어요. 우리가 지나치게 고민하는 만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 생각에 발목이 잡힐 때가 많잖아요. 이런 답변들은 긴 설명이 없어도, 그 사람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기에 더 믿음직합니다.


이번 호에도 아주 많은 분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받는 고등학생들의 대담, <초미의 관심사>라는 영화로 만난 조민수, 김은영 배우의 인터뷰, 김태훈 배우, 뮤지션 달총...저는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를 읽는 게 좋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조민수 배우의 인터뷰 답변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들이 우리 새로운 거 해야 한다면서, 막상 내 일이 되면 보수적이 된다. 다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들도 이번 호에 실린 인터뷰 중 나에게 필요한 언어들을 찾아내시길 바랍니다.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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