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사진. 홍윤기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이중 주차된 자신의 차를 밀었다는 이유로 코뼈가 부러지고, 발등뼈에 금이 갈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것이 그 이유가 됐다. 지속적으로 당해왔던 폭언과 폭행은 끝이 났지만, 최 씨는 이제 이곳에 없다.
최 씨의 경비실에는 분향소가 만들어졌고, 힘없는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발인이 있었던 날 오후에 최 씨가 근무했던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임시로 설치했던 분향소와 애도의 글을 적은 종이는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나는 다른 경비실을 방문한 것은 아닌가 싶어 주변을 서성거리며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물었고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향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경비원분이 앉아 도시락을 드시고 계셨다. 경비실 내부와 외부를 사진 촬영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내부는 딱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었고, 의자 바로 뒤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은 매우 협소했고, 그 안에 커피포트, 밥솥, 근무복과 다른 옷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일상처럼 경비실은 평온해 보였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되는 일상도 있다.
홍윤기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탄핵 정국, 홍콩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 이슈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