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Jun 19. 2020

[아침요리] 텃밭 채소 간장국수


사진.  문은정

 


작년에 생각지도 못했던 결혼이라는 것을 하며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1963년도에 지어진 단독주택은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노후된 곳이 많아 도장을 찍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집을 선택하게 된 것은 집 마당에 있는 자그마한 텃밭 때문이었다. 텃밭의 존재는 모든 단점을 뒤엎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텃밭을 일구고 사는 것은 어찌 보면 부모님 세대의 로망일 것이다. 윗세대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대출금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값이 오를 때까지 아파트라는 갑갑한 상자 안에서 여생을 보낸다. 그리고는 느지막이 시골로 내려가 자연에서의 삶을 만끽한다. 나의 모친만 해도 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 자연인으로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필자 역시 모친의 식물 유전자를 물려 받은지라 자연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녀처럼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을 미뤄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 (중략)


텃밭에서 갓 딴 채소의 맛


어느덧 봄이 되었고, 텃밭 농사에 공을 들일 시기가 찾아왔다. 파종 시기를 놓칠세라 서둘러 씨앗도 뿌리고, 얼마 전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소진하러 시장에 갔다가 이런저런 모종도 잔뜩 사 왔다. 가지, 상추, 쑥갓, 바질, 토마토,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가게에 있는 모종을 잔뜩 쓸어 담는 필자를 보며 주인아주머니는 “일...단 심어보고 부족하면 더 사러 오는 게 어떨까?” 텃밭이 모종으로 터질까 봐 걱정스러웠던 전문가의 조언을 뒤로한 채, 검은 봉지에 모종을 잔뜩 담아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촉촉히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밭에 모조리 심어버렸다. 그간 꽤나 많은 봄비가 왔기에, 심었던 많은 것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모종을 심기 전에 뿌려두었던 고수와 딜, 루꼴라, 청경채 씨앗은 얼른 따먹지 않으면 벌레들에게 빼앗길 정도로 무성하게 성장했다. 아침마다 텃밭에 나가 장을 보듯 채소를 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견과류처럼 고소한 맛이 나는 루꼴라는 빵 속에 끼워 샌드위치로 먹기도 하고, 청경채는 잘게 다진 뒤 베이컨, 연두를 넣고 볶음밥을 해 먹기도 했다. 갓 딴 채소는 어찌나 깊은 맛이 나는지. 텃밭 예찬을 늘어놓았다.


요즘 특히 즐겨 먹는 것은 텃밭 채소 간장국수다. 국수는 식감 좋은 중면으로 골라 쫄깃하게 삶은 뒤 찬물에 헹구고, 텃밭에서 따 온 다양한 채소를 대충 뜯어 넣은 뒤 간장 양념에 비벼 먹는다. 한 젓가락에 고수, 한 젓가락에 청경채, 또 한 젓가락에 루꼴라가 올라온다. 같은 국수이지만 어떤 채소에 먹느냐에 따라 맛이 각기 다르다. 간장으로 담백하게 양념한 국수는 어느 채소와도 잘 어우러진다. 그렇게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나면, 제대로 봄을 즐긴 기분이 든다. 오늘은 또 어떤 텃밭 채소를 먹어볼까. 또다시 아침이 되었고, 바구니를 들고 마당에 나설 준비를 한다.  




간장국수


재료(1인분) 

국수 1인분, 채소 적당량(고수, 청경채, 루꼴라, 상추 등), 청양고추 1/2개, 양념 재료(간장 2~3큰술, 들기름 1+1/2큰술, 설탕/깨소금 1큰술씩)


1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삶아 찬물에 헹군다.

2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3 채소는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4 그릇에 국수와 양념 재료, 잘게 썬 청양고추, 채소를 넣고 섞어 완성한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이다. 유튜브 채널 '곰식당'을 운영하며 다양한 요리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빅이슈] 서로의 미소를 다시 볼 날을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