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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l 09. 2020

[양수복의 일상 수복] 이상하고 아름다운 여름밤의 술


글. 양수복     


사실 술 얘기는 사시사철 할 수 있다. 계절별로 어울리는 술, 기억나는 술자리를 꼽아도 한 뭉텅이는 되겠다. 하지만 여름밤의 술을 많이 아낀다. 무더운 낮이 저물고 시원한 밤의 테라스에서 들이켜는 생맥주 한 잔은 ‘술’이라는 것의 정수처럼 느껴질 만큼 짜릿하다. 여름날을 통틀어 그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여름의 너

도수 높은 술은 F/W 시즌엔 진한 풍미를 그대로 즐기는 게 좋지만, 여름엔 가벼운 바디감을 위해 다른 음료를 첨가한다. 한라산 소주에 토닉워터를 1:2 비율로 섞고 레몬 슬라이스를 퐁당 빠트리는 한라토닉, 잭다니엘에 1:3 비율로 콜라를 섞어 마시는 달달한 잭콕이 내가 주로 찾는 ‘홈술’이다. (중략)


술이 빚는 이야기

작년 여름엔 퇴근길 술 한잔을 즐기는 고독한 어른이 되고자 퇴근 후 바에서 혼술을 했다. 이강주, 문배주 등 우리 술부터 민트를 얹은 칵테일과 수박을 넣은 마가리타 등 각종 술을 한 잔씩 맛보며 휘황찬란한 술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취향은 쓸쓸하다고, 비싸고 좋은 술을 알게 될수록 지갑은 얇아졌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한 주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그 술들에 또 감사하다. (중략) 술이 들어가면 감성이 고조되면서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좋은 일이다. 


술은 이야기를 만든다. 추워서 움츠러드는 겨울과 달리 여름밤은 덥고 화나고 응축된 에너지를 풀어내고픈 욕망이 가득하다. 그 이글이글한 마음의 트리거를 한 잔의 술이 당기고, 사랑과 분노와 사건 사고와 후회막심 등 모든 이야기를 빚어낸다. 한낮 볕을 가리는 손차양과 저녁이면 땀으로 축축해진 양말로 또 한 번 여름의 시작을 알겠다. 올여름엔 어떤 술들이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부디 안전하고 아름답게 남길. 갈수록 부끄러운 일이 많아지는 흑역사 메이커는 올해도 바라본다. 


위 글은 빅이슈 7월호 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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