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사진. 박 로드리고 세희
오래전 나는 인도 북부의 라다크를 여행했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고 동경하게 되어 무작정 찾아간 곳이었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당시의 라다크는 외부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히말라야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터라 지형적으로 주변 지역과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만난 곳은 라다크에서도 외진 지역이라 할 만한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아이는 돌봐주는 어른 하나 없이 텅 빈 마을 어귀에 꽂힌 막대기 하나를 붙들고 친구와 놀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저런 것으로도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해서 한참을 지켜보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중략)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아이에게 사진을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에게 주소를 물어볼 재간이 없었고 한참을 서성여도 지나가는 어른이 없어 단념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마을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아쉬운 마음에 혼자 생각했었다. 10년쯤 후에 아이 사진을 가지고 라다크에 다시 와야겠다고.
라다크를 여행한 지 딱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 동안 가끔은 라다크를 그리워했고, 그럴 때마다 10년쯤 후에 다시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느슨한 다짐도 함께 기억났다. 물론 아이도 잊지 않았고. 사실 나는 한 번 여행한 곳은 좀처럼 다시 가지 않는 편이다. 세상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행선지가 너무나도 많기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여행이 중단된 시절이 아니라 해도, 나는 라다크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오래된 아이 사진을 보며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때 청년이었던 나는 이제 중년이 되었으니, 아이 또한 몰라볼 정도로 아주 많이 커 있겠지.
박 로드리고 세희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촬영감독이다. 틈틈이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고 사람이 만든 풍경에 관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