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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Aug 05. 2020

[아침요리] 가지 스테이크 덮밥


글ㅣ사진.  문은정


지난주 운동에 관심 많은 후배를 꼬드겨 청계산에 다녀왔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 초순이었고, 잔뜩 게으르고 싶은 토요일 아침이라 한산한 등산길을 기대했지만 의외였다. 예상과 달리 많은 인파가 있었고 개중에는 젊은 등산객도 상당했다. 이런 후덥지근한 날씨에, 이리 이른 시간에 산을 타는 사람들이라면 삶에 대한 열정이 보통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함께 등산을 따라온 후배도 대단한 녀석이었다.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수많은 요리 번역서를 내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까지 찍는 그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헬스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엄청난 노력파다. 정상에 서서 땀을 식히던 후배는 그간 근력이 많이 늘어서, 이제는 힘든 일도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며 싱그럽게 웃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체력을 키워야지

요즘 하는 생각인데 욕심 많은 이들의 주춧돌은 결국 체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왜, 그 유명한 웹툰 <미생>에서도 그런 대사가 있지 않나.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뤄냄에 있어 지속성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 지속성에는 분명 체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고 한다. 요절한 천재 예술가 제임스 딘도 오래 살았다면 체력을 길렀을 것이다. 술로 밤을 지새우는 젊음도 바닥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위대한 작품은 근면 성실함에서 나온다.


물론 내가 예술가도 아니고, 고작 기자 나부랭이가 위대한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은 분명히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나 하나쯤은 만족시키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달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뭣 모르던 20대에는 나의 젊음을 야근과 철야에 상납했더랬다. 너무 재밌어서, 자신의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노련한 선배 한 명이 그런 말을 했다. “너, 그러다가 부러져. 얇고 길게 갈 생각을 해야지.” 맞는 말이었다. 고갈된 체력을 쥐어짜며 일하던 어느 날, 호흡 곤란으로 병원 응급실에 가고서야 깨달았다.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어떤 일도 수명과 맞바꿀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일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체력을 저장해놓아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러한 요령이 없었다. 그냥 무작정 뛰어들어 활활 불태우면 되는 줄 알았다.


아침밥이라는 작지만 큰 습관

그날 이후, 조깅도 하고 등산도 다니며 운동을 하고 아침도 차려 먹는다. 그렇다, 특히 아침밥. 아침을 먹는 것은 정말 체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식사 준비부터 정리까지 15분만 투자하면 되는 아침 식사는 변비, 당뇨병, 피로를 예방하고 두뇌 회전도 활발하게 해주는 등 무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좋은 습관이다. 필자 역시 아침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매일 스스로에게 잘 맞는 아침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현미밥과 따듯한 토마토 된장국을 준비해 마크로비오틱 스타일의 아침밥을 준비하거나, 차가운 성질의 생채소보다는 소화, 흡수가 잘 되도록 익혀 조리한 채소를 먹으며 하루의 시작을 견고히 다진다. 특히 요즘은 하루 한 끼 채식 프로젝트를 하며 아침마다 채식을 하고 있는데, 컨디션이 한결 좋아짐을 느낀다. 퇴근 후에는 조깅화를 신고 꾸준히 조깅을 하고, 술을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하며 과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 의사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뻔한 멘트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괘나 흥미로운 지점이다. 눈 딱 감고 아침을 먹어보자. 조금 하다가 괜찮으면 술도 줄이고, 조깅도 좀 뛰어보고. 그렇게 건강한 습관을 하나씩 늘려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더욱 많이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으며.




가지 스테이크 덮밥

가지를 스테이크처럼 노릇하게 구운 뒤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조린 요리다. 비몽사몽 한 아침을 화끈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료(1~2인분) 

가지 1개, 두부 1/6모, 양파 1/2개, 청양고추 1개, 우엉 5cm, 다진 마늘 1/2큰술, 양념장(간장 3큰술, 물 3큰술, 고춧가루·맛술 1큰술씩, 설탕·전분가루 1작은술씩), 밥 1공기, 식용유·깨소금 적당량


1 가지는 1cm 두께로 어슷썰기하고 두부는 깍둑썰기한다. 식용유를 두른 달군 팬에 올려 노릇하게 굽는다.

2 식용유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을 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양파와 우엉, 청양고추를 넣어 볶는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어 섞은 뒤 2를 넣어 조리다가 1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4 그릇에 밥을 담고 3을 올린 뒤 깨소금을 뿌려 완성한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이다. 유튜브 채널 ‘곰식당’을 운영하며 다양한 요리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8월호 2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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