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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Aug 15. 2020

[에디토리얼] 불가사리


편집장. 김송희



전부를 바꿀 순 없어도 한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일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예가 ‘바닷가 불가사리와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칼럼들에서 이 사례를 몇 번이나 읽은 것 같아요. 모르실 독자도 있을 테니 다시 한 번 써볼게요.


해변을 걸으면서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주워 바닷속으로 던지는 노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노인이 매일같이 이 작업을 하자, 멀리서 지켜보던 이웃들은 ‘저 노인네가 뭘 하는 거지.’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한 이웃이 노인 가까이로 가서 뭘 하는지 지켜봤어요. 노인은 밀물에 쓸려 왔다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모래 위에서 말라가는 불가사리를 한 마리, 한 마리 집어서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떠밀려온 불가사리가 수천, 수만이 넘는데도 말이죠. 그걸 본 이웃이 “영감님, 이 해변은 수백 마일도 넘고 불가사리는 하루에도 수천 마리씩 떠밀려 와요. 그깟 몇 마리 살린다고 뭐가 달라져요?”라고 말했습니다. 거기에 노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한 마리에게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지.”


그거 조금 해봤자 뭐가 달라져, 시스템을, 정책을 바꿔야지 한 사람 도와줘봤자 뭐가 달라져. 맞아요. 정책을 발의하고, 그것을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사회 전체가 바뀌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하지만 노인이 한 번 허리를 굽혀 살려낸 불가사리 한 마리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생깁니다. 죽을 뻔했던 불가사리 한 마리에게는 그것은 너무나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나는 세상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정의감에 취해서 정작 작은 것은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진짜 중요한 일은 뭘까. 어쩌면 《빅이슈》의 독자 중에는 한 사람의 삶을 돕고자 잡지를 구매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그 덕에 거리의 삶을 청산하고 용기를 얻어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빅이슈 판매원들이 많습니다. 내 집을 마련하고 빅이슈를 거쳐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어쩌면 독자들도 불가사리 한 마리를 주워 바다로 돌려보내는 노인과 같을지도 모른다고요. 세상에 하찮은 만남은 없고, 누구든 불가사리가 될 수도, 노인이 될 수도, 노인을 비웃던 이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작은 것의 위대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위 글은 빅이슈 8월호 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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