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Dec 10. 2020

위험 신호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아니, 다들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드는 나날입니다. 좀 나아지나 했더니 다시금 원상태로 돌아가는 코로나19의 상황을 보면 ‘시시포스’ 신화가 떠오릅니다. 힘들게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렸는데, 매번 다시 굴러 떨어져서 또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비극이요. 네, 코로나 이야기입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나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면 금방 확진자 수가 늘어나서 다시 격상해 위기감을 조성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1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속 높은 단계를 유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막심할 자영업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확진자 숫자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겠죠. 


오늘 아침, 문자메시지 소리와 함께 잠을 깼는데요. 슬프게도 아침 9시에 저에게 오는 문자의 첫 문장은 거의 ‘고객님’으로 시작합니다. 오늘 아침의 문자는 이전에 자주 갔던 빵집에서 온 문자였어요.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며, 아쉽게도 11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는 폐업 안내 문자였어요. 사라지는 가게들에 대한 취재는 《빅이슈》에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마지막 인사는 늘 아쉽기만 합니다. 당연히 우리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해왔던 공간과 사람들이 우리 일상에서 감쪽같이 지워지는 거잖아요. 자, 지금까지는 우울한 이야기를 했으니 마지막은 그래도 조금은 희망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해야겠죠. 얼마 전 봤던 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에는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위험 신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삶의 아름다움은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일상의 언어로 좋은 대사를 쓰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다운 대목이죠. (원작 소설이 있는데, 이 대사가 원작에도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출처: Pixabay

매일 몇 개의 재난문자가 호들갑스럽게 쏟아지는 나날이고, 올해처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해가 없지만 그래도 삶에는 매일매일 아름다운 일이 분명 일어날 거예요. 우리가 알게, 혹은 모르게 조용히.      


글/ 김송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