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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8. 2020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할 때

54일간의 장마, 평균 누적 강수량 920mm(역대 2위), 7월 기온 역전 현상, 연속으로 몰아친 세 개의 태풍. 1500여 건의 산사태와 9000여 명의 이재민. 올여름 우리가 지나온 이상기후의 기록들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일상적으로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는 한 청소년 기후 활동가의 말처럼 어떤 위협이 닥칠지 알 수 없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잦은 폭염과 폭우, 강풍을 동반한 태풍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대비해야 할까요?


핵 발전소의 위협


지난 9월 동해안을 강타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핵 발전소 8기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며 자동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핵 발전소의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입니다.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냉각수가 계속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전력이 끊긴 상황에 비상 발전기까지 침수로 고장 나면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어 핵 연료봉이 녹아내리고 수소 폭발로 이어진 사고입니다. 태풍과 폭우로 발전소 8기가 연이어 전력 공급 이상이 생긴 이번 사고는 국내 핵 발전소가 얼마나 기후위기에 대비되어 있지 않은지를 보여줍니다. 사고가 발생한 고리 발전소 반경 30km 안에는 3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또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핵 발전소를 옆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탈핵 중


세계 핵 발전 1위 국가 미국에서도 올해 이상기후로 두 건의 불시 정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언론과 신용 평가사에서는 이미 미국의 원전 대부분이 기후위기에 따른 폭우와 폭염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했고, 발전소 건설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탈핵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 원전 제로’ 계획을 세워 지금까지 핵 발전소 29기를 영구 폐쇄했고, 남은 6기를 2022년까지 폐쇄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벨기에, 대만도 핵 발전소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탈핵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이 값싸고 깨끗한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핵 발전소의 발전 단가를 계산할 때 핵폐기물 처리 비용, 발전소 해체 비용과 사고 시 발생할 천문학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여러 연구 기관에서는 이미 핵 발전소의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핵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의 경우 인간이 10초만 노출돼도 사망에 이르는 매우 위험한 물질로 10만 년 이상 영구적으로 봉인해야 할 만큼 생태계에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아직 세계 어디에도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갖춘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2만 톤의 폐기물이 임시 저장소에 쌓여 있고, 매년 750톤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멈춰야 할 때 


핵 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무섭고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전기가 발전소 주변 주민들과 미래 세대가 어마어마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담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발전소 사고는 기후위기 시대에 핵 발전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경고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와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는 부실시공, 불량 부품 문제가 결합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0만 년 이상 봉인해야 하는 핵폐기물이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매일매일 쌓여가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발전소를 멈추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위한 가장 시급한 방책이 아닐까요? 


글/ 박성준, 사진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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