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Feb 08. 2021

나의 순정 만화

정확히 몇 년생부터 몇 년생까지를 밀레니얼 세대, 제트 세대로 칭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은 저 또한 넓은 범위의 밀레니얼 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릴 때 유행했던 가요, 아이돌, 영화, 드라마’ 등을 주제로 90년대생과 대화 나눌 때 특별히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은 없었거든요(저만 그랬을지도). 

그런데 이번 호 커버를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로 진행하면서 다른 후배 기자들도 당연히 이 작품을 알 거라고 생각했더니만, 다들 이 만화를 본 적이 없다는 게 아닙니까. 네, 두 명의 후배 기자는 90년대생, ‘찐’ 밀레니얼 세대여서 만화방에서 순정 만화를 대여해 읽던 세대는 아닌 거지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 (이미지제공: 거북이북스)

어찌 보면 세대란 건 사회에서 편의성을 위해 나눈 구획일 뿐이지, 같은 나이대의 사람이라 해도 지역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경험하고 추억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갑인 제 친구들도 전부 만화책을 좋아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 있게 말씀드리자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지금 봐도 촌스러운 인상이 전혀 없는 명작입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자신 있게 말씀드리자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읽은 적 없는 독자일지라도 이다혜 작가가 인터뷰한 신일숙 작가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정말 재미있을 거라고 보장할게요. ‘아니, 이 시절엔 이렇게 저작권 개념이 모호했다니!’ 분개도 했다가, 신일숙 작가가 <리니지> 게임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에서는 ‘풋’ 웃음이 터지고, 고교 졸업도 전에 취직해 괴롭게 회사를 다니다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마음먹게 된 일화, 작가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캐릭터에 언니나 자신의 성격을 일부 투영한 이야기 등 모두 생생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여자들의 대화에는 늘 유머와 비밀이 숨어 있지요. 

신일숙 작가(사진제공: 거북이북스)

게다가 만화 잡지가 창간하기 이전부터 만화를 그리던 작가가 웹툰 시대에도 여전히 신작을 연재하는 것을 보면, 시대와 조우하는 창작자의 근면 성실함이 있었기에 전설이 탄생할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소녀 시절 저에게는 만화책 속 주인공들이 절친한 친구였는데, 창조주인 작가님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은 시대를 건너서 내가 살았던 그 시간을 되살려줍니다. 저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대여소에서 빌려 봤는데요. ‘깨비책방’이라는 도서대여점 옆에는 작은 방앗간이 있어서 항상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났어요. 그때 읽었던 만화책을 다시 읽을 때면 후각의 기억이 먼저 살아나 참기름 냄새를 맡게 됩니다. 지금 《빅이슈》를 읽고 계신 독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읽고 계신가요. 혹여 나중에 잡지를 다시 들춰 보실 때 당신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되살려졌으면 좋겠네요. 


글/ 김송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