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안 해도 매달 200만 원씩 통장에 입금이 된다고 가정해볼게요.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되는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면 백수로 살 것인지, 그럼에도 일을 할 건지… 양자택일하는 질문을 친구들끼리 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회사 일이 벅찰 때마다 ‘누가 백만 원만 주면 좋겠다. 회사 안 다니고 아끼면서 살게.’라고 혼잣말을 한 적도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최소한의 생활비가 보장될 때 ‘일’을 안 하고 놀면서 사는 삶이 진짜 행복할까 싶습니다.
제 경우에는 지금 친한 친구들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 전부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거든요. 비교적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덕분에 일하면서 얻게 되는 지혜나 새로 알게 되는 것들, 성취감도 있고요.
물론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한 것에 반해 노동 가치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으니,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이 모든 게 의미 없이 느껴질 때도 있죠. 끝없이 일하고 야근하며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옆자리 누군가는 몇 년 전 사놓은 아파트로 내 연봉 몇 배를 순식간에 벌었다고 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거죠. 직장인으로 산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 예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생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일과 사회에서 직업인으로서 만족감을 느끼는 일은 분리하기 어렵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하는 만큼 제대로 평가받고 보상을 받고, 그 일이 사회의 선순환을 돕고 가치까지 있다면. 그래서 스스로 만족하고 주변의 인정까지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그 모든 걸 만족하는 일자리를 찾기란, 그리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돈까지 잘 벌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고민해봤지만 일에 있어서 정답이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항상 ‘다른 길이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일에 덜 매몰되며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답은 없죠. 중요한 것은 일이 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 《빅이슈》는 빅이슈 판매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잡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려 합니다. 독자분들 역시 힘들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잡지를 사고 빅판을 지지해주시는 거니까요. 스페셜 주제를 소개한다면서 말이 길어졌네요. 이번 호에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다각도로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글/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