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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n 30. 2021

에디토리얼_어른과 아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성인이 되어 그간 19세 미만이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봤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를 볼 수 있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편의점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고, 술집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정도 외에는 더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떠오르는 게 없네요. 고등학생 때 보고 싶었던 영화들은 대개가 청소년은 볼 수가 없어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영화관에서 ‘주민등록증 보여주시겠어요?’라고 요구받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머나, 내가 그렇게 어려 보인단 말이야? 후훗’ 너무 기분 좋아서 SNS에 자랑글까지 남길 정도죠. 어른과 아이, 단순히 19세라는 경계로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요즘은 다수의 성인들이 자신을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에는 성숙, 책임감, 자립과 타인에 대한 너른 이해 등 다양한 것들이 요구되니까요. 나 자신조차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나를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나를 어른이라 규정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처럼 여겨지고, 어른에게 요구되는 책임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아미의 달력 (5월)

예전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피규어를 모으면 유치하다며 놀림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른이’나 ‘키덜트’와 같은 신조어도 나온 거겠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요.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는 10대뿐 아니라 20대부터 40대까지가 아주 중요한 소비자입니다. 값비싼 굿즈에 마음껏 투자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해 아이돌을 다방면에서 서포트하고 사진, 영상 등을 제작해 팬덤을 확장하는 데에도 앞장섭니다. 《빅이슈》 이번 호에는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K-pop 아이돌 산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덕후들의 덕질과 4세대로 넘어가는 아이돌 산업에 대해 살펴보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아이와 어른이라는 주제를 제시한 이유는 이번 호 특집 주제인 ‘아이돌 덕후’를 소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커버인 그레타 툰베리, 그리고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10대들의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어서입니다. ‘아이가 대단하네.’의 시선이 아니라 이들은 함께 현 시대의 고민을 짊어진 시민이고 환경문제의 시급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성숙하고 발전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 보도 스틸

나이대에 맞춰 이때에는 이걸 하고, 저 때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는 생각은 구시대적입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10대, 20대의 덕목, 50대에는 이러해야 한다는 정해진 궤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른이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어른의 몫, 성숙한 어른의 자세도 고민하게 됩니다. 어린이를 귀찮고, 미성숙하고 한 공간에 함께 있기 싫은 존재로 배척하면서, 자기만큼은 여전히 순수하고 자유로운 상태라고 위로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삶의 태도일까 싶은 거죠. 이번 호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담긴 글들이 많습니다. 제목, 주제, 사진 무엇이라도 끌리는 페이지에 멈춰서 잠깐 읽어주세요. 실컷 구매했는데 한 글자도 읽지 않는 건 아까우니까요. 


-편집장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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