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여기 된장찌개 하나요.’ 한국 사람에게는 별 이상할 리 없는 이 한마디 말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참 갸우뚱한 문화라는 말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모, 삼촌, 언니’ 등 친족을 가리키는 호칭어가 안면이 없는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현상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문화가 ‘경복궁, 한복, 아리랑’ 등 전통문화 그 자체인 것처럼 다루어지기도 하였지만, 사실상 ‘문화’라는 것은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모든 양식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어 교육에서도 한국 문화 교육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업적이나 위대한 성취’를 중심으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의 사소한 행동 양식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변화해오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오늘날 언어 교육의 추세 속에서는 더욱 성취 문화보다도 행동 문화나 정신문화의 교육을 강조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고민과 연구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화를 정의하고, 이것을 교육 내용으로 제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목표 문화의 일상생활은 그저 흐를 뿐, 대부분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를 ‘인간의 삶의 총체’라고 정의할 때, 문화는 무수한 개인의 다양성을 포괄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당면하게 된다. 한 가정 안에서도 너무나 다른 개별적 존재 각각의 문화가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는데,
이들을 아우르는 어떤 총체로서의 문화를 기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또 동일한 국가, 지역, 문화권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대의 변화에 따라 다른 사고와 행동 양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기에, 특정 언어권의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흐르고, 변화하는 역동적인 ‘문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내용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떠한 믿을 수 있는 언어적 정제와 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한국어 교육에서의 문화론은 더욱 조심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 교육에서의 한국 문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기술해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문화 감지 도구(Intercultural Sensitizer)의 개발이다. 문화 감지 도구란, 다양한 배경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화 충격과 오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문화 간 훈련의 일환으로, 목표 문화와 자국 문화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도구이다.
이는 1960년대에 일리노이 대학에서 문화권이 동질적이지 않은 집단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학습자가 목표 문화에 대해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및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행동 및 반응을 여러 갈래로 제시하여 목표 문화권에서 해당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교육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 백화점에서 점원으로부터 ‘언니, 이것 좀 입어보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언니’라는 호칭이 한국 사회에서는 안면이 없는 사이에도 확장되어 쓰이는 친근감의 표현임을 알 수 있도록 여러 반응 선택지와 그에 대한 문화적 해설을 제시하는 방법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강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분절하고 구분하는 강의 이름은 사실상 어떤 편의를 위한 임의의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교사는 목표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흘러가는 여러 모습 중 가장 끄덕일 수 있는 일면을 경험하게 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강 이름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을 보여주고 그 물에 잠시 손 담그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사람. 따라서 한국어 교사는 한국 문화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문제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문화 속에서, ‘한국 문화’라고 불리는 일련의 장면들에 대해 학습자가 다양한 반응과 해석을 통해 개별적인 이해와 소통의 과정을 겪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여행 후 우리의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지나온 무수한 강들의 이름이 아니라, 그 강물에 손 담갔던 그 시간의 느낌과 기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손 담근 시간을 함께한 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내 머릿속의 장면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비록 강물은 흘러가버리지만, 그 손 담근 시간을 통해 우리는 그때 경험한 각자의 강을 마음에 깊이 지니게 된다. 한국어 교사에게 한국 문화를 배우는 외국인들 역시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어 교육이 제시하는 한국 문화 여행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꽤 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런 장면들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글 | 사진. 김강희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공부하는 사람.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국어학과 한국어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삶이 말을 변하게 하듯 말도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