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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Oct 12. 2021

[에디토리얼] 실패하는 일

어떤 조직이든 상승하는 분위기, 가라앉는 분위기에 잠식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업계가 활황일 때에는 모두 떠들썩해질 것입니다. 매일 매출이 쑥쑥 오르고 그게 임금에 반영되는 게 눈에 보일 때 다 함께 상승 분위기에 편승하게 되겠죠. 일을 시작한 후 쭉 출판, 잡지 쪽에서만 일했던 저는 안타깝게도 늘 가라앉는 분위기에 젖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입일 때, 올해가 창간 이래 최고의 위기 상황이라고 회의 때 대표님이나 국장님이 얘기하는 걸 말석에서 들으며 저 역시 침울해지곤 했습니다. 그땐 이상하게도 그럼에도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좀 참신하지 않을까? 이런 걸 해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하면서 가당치도 않은 기획안을 많이 냈던 것도 기억나는데. 아니, 그렇게 희망찬 게 나일 리가!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출처: Unsplash

그런데 대표님 입에서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때에는 주로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사양산업이라 회사가 힘드니 올 해는 연봉이 동결이다, 뭐 이런 식이었죠. 제가 일을 시작했을 때에 미디어의 중심은 진즉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어 요즘은 영상, 특히 유튜브가 메인스트림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 시도해보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힘들다고 자꾸 말하면서 패배주의만 짙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 역시 실패에 익숙해져버린 거죠. 기자 업무 중 가장 힘든 게 섭외 일인데, 그건 거절당하기의 연속이거든요. 거절을 당했다는 것은 미션에 실패했다는 것인데 이것도 매일 하다 보면 어느덧 익숙해져서 ‘해봤자 안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해봤자 안 될 거야, 라며 시도조차 안 할 때도 있고요. 참 서글프죠. 실패에 익숙해져야 하는 직업이라는 게. 그런데 사실 기자뿐 아니라 아주 많은 직업들이 실패에 무뎌지는 과정을 겪을 거예요. 실패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최근 부쩍 실패를 자주 하면서, 어느 날 ‘내가 그럼 그렇지, 안 될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내가 해서 안 되는 것 같고, 내가 하면 어차피 망할 것 같고. 나에 대한 믿음이 좁쌀처럼 작아져 있는 걸 깨닫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실패를 담대하게 받아들이되 패배주의에 절어 있지 않아야겠어요. 그래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겠죠. 맙소사. 올해도 세 달밖에 안 남았어요. 섬뜩하네요. 남은 세 달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힘을 내시길.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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