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튜버 신시아
“빗물엔 질소 성분이 있어요. 그래서 빗물을 주면 식물이 탱글탱글하게 잘 자라거든요. 일종의 천연 비료 같은 거죠. 우리끼린 ‘비톡스’ 맞힌다고 해요.” 식물 유튜브 ‘행복해지는 식물 키우기’를 운영하는 신시아는 식덕 초기 증상을 이렇게 소개한다. 비 오는 날을 기다리고, 돋아나는 새 이파리에 환호하고, 말없이 시들어 가는 식물의 회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사람들. 초록의 성장을 사랑하는 식덕들은 계절의 변화가 매일 새롭다. 날마다 식물의 ‘리즈 시절’을 맞이한다는 신시아와 식덕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식물의 세계에 ‘입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마케터로 일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식물에 애정 갖는 이들이 많더라.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내면에 염증이 있었는지, 식물과 함께하니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2~3천 원 정도에 구입한, 무늬 없는 몬스테라로 식덕 생활을 시작했다. 선물 받은 식물보다 더 관심이 가더라. 몬스테라가 한 달에 잎이 두 번 나온다. 물 한 번 줬는데 계속 자라니, 성취감이 너무 컸다.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식물을 적극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로 열대관엽을 기르고 있다.
Q. 지금은 여러 식물들을 능숙하게 키우시는데, 처음엔 겪었지만 지금은 겪지 않는 시행착오가 있나.
전에는 보기에 예쁜 곳에 식물을 배치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곳엔 빛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젠 해가 안 드는 선반이나 테이블에선 잠깐 사진을 찍고, 거의 모든 시간은 베란다 앞에 둔다. 그래서 보통 식물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웃음)
Q. 일상 속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루틴이 있을 것 같다.
가족이 직장과 학교에 가면, 식물에 물을 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빛이 내리쬐기 시작하니까, 그게 식물에도 좋다. 미국의 한 식물 유튜버가, 식물에 물을 주는 걸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아침마다 12리터 정도를 줘서 힘들긴 하지만.(웃음)
식덕 사이에선 ‘물시중’이라고도 한다. 2리터 정도의 생수병을 여섯 개씩 옮기면서 물을 주면, 한두 시간이 걸린다. 물 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 ‘진취적 과습러’인데, 조금 과장해서 죽기 직전까지 식물에 물을 준다.(웃음) 물을 많이 주면 식물이 웃자라기 쉬운데, 밑동이 얇아지면서 키가 크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런 형태도 좋게 느껴진다. 물을 준 뒤엔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둔다. 신엽(새로 난 잎)이나 꽃 등, 식물의 예쁜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떨어진 잎들은 주로 저녁에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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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린 SNS 게시글이나 콘텐츠를 보면 시기마다 애정하는 식물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계절의 영향인가.
현재 300종의 식물과 함께하고 있는데, 식물이 많으면 좋은 점이 매일 식물의 예쁜 모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동백은 겨울에 꽃이 피는데, 다른 식물은 그 계절에 꽃을 못 피우지 않나. 그래서 365일 식물의 리즈 시절을 본다. 역시 새 잎이 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Q. 식물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들었다.
전 세계 어디든 식물 덕후가 있다. 식물을 칭하는 학명은 세계 어디든 동일하게 사용되지 않나. 그 학명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전 세계 식덕들의 스킬과 정보를 알 수 있다. 브라질에 사는 식덕 친구도 있다. SNS에 한국의 남자 배우들 사진을 올리면 너무 좋아하고.(웃음) 또, 토분을 사러 간 가게에서 나처럼 방문한 손님이 식물 유튜버라는 걸 알아보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식덕들과 식물 교환도 하고, 나눔도 한다. 지금 여기 있는 식물들도 그렇게 얻은 게 반 이상이다. 우리끼린 ‘소매넣기’라고 말하는데,(웃음) 식덕 집에 놀러 가면 식물을 계속 넣어주곤 한다.
Q. 식물의 생육 방법도 다 다를 텐데, 각 개체의 특징과 주의할 점은 어떻게 공부하나.
보통 화원에 가면 많이 알려주시긴 하는데, 일단 광을 측정하는 어플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몬스테라의 최저 빛 요구도는 300룩스 이상이다. 이 어플은 집 곳곳의 빛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농사로’라는 국가사이트도 유용하다. 광포화점(광합성이 최고조에 이르러 더 이상 늘지 않을 때의 빛의 세기) 등의 정보까지 알려준다.
또 하나는 자생지 환경에 맞춰주는 것이다. 열대관엽이 많다 보니, 집의 습도가 높다. 반대로 다육이는 습도가 높으면 안 된다. 해도 엄청 강해서, 거의 ‘구울’ 정도여야 한다.
Q. 식물을 키우면서 변화한 점이 있다면.
사람 자체가 변하진 않는 것 같다.(웃음) 다만 기분이 많이 변한 건 느낀다. 또, 일상을 업로드하던 SNS가 식물 이야기로 꽉 찼고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변화했다. 식물에 대한 강의도 하고, 식물 쇼핑몰도 운영하고. 서울식물원에서도 식물 강의를 요청한 적이 있는데, 정말 ‘성덕’이라고 생각했다. 내년 1월 출판을 목표로 <식물의 기분>이라는 책도 준비하고 있다. 전엔 식물이 잘 안 자라면 내가 뭔가 잘못한 줄만 알았는데, 이젠 집의 환경이 식물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 점에선 사람도 식물도 비슷한 것 같다.
Q. 식덕 입장에서, 귀차니스트도 식물 덕후가 되는 게 가능할까?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차이인 것 같다. 선인장은 예쁜데 빛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 나도 초록별로 많이 보냈다. 취향에 맞는 걸 키워보다가 자신의 환경에 맞는 걸 찾아보면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식물 선물이 오가곤 하는데, 식덕끼린 식물 선물을 잘 안 한다. 키우는 사람의 환경, 취향을 잘 모르니까.
Q.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식덕 입문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요즘 중고거래 어플을 보면 식물이 많이 올라와 있을 거다.(웃음) 자기가 키우고 싶은 식물의 최적 온도가 어느 정돈지 알아보면 좋겠다. 서울, 경기는 베란다 안쪽 정도까진 온도가 괜찮을 것 같다. 알로카시아 같은 경우, 베란다에서도 추위에 약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Q. ‘식태기(식물 권태기)’를 경험하는 식덕들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한국은 극한의 사계절을 갖고 있지 않나. 그에 맞춰 식물을 정리하다 보면 나 역시 식태기가 온다. 열대관엽은 무겁고 크지 않나. 계속 운반하고 청소해야 하니, 허리나 몸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 청소해놓고 보면 또 너무 예쁘다. 사실 식물 쇼핑을 하면 그런 마음이 금세 사라진다. 새 식물로 극복한다고 볼 수 있다.(웃음)
Q. 코로나19로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물이 있다면.
몬스테라 중, ‘델리시오사(deliciosa)’라는 종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테라를 떠올리시면 된다. 몬스테라에서 열매가 맺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델리시오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먹어봤는데,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맛이었다. 수경재배도 가능하니 추천한다. 한 달에 신엽이 한두 장이 나오니까, 잘라서 주변에 선물하기도 좋다. 식덕들은 ‘리필해준다’고 표현한다.(웃음) 넝쿨을 잘 잡아 키워서 열매 맺은 분들도 많다. 희고 큰 봉 같은 꽃도 피어난다. 잘 시들거나 죽지 않아서, 누구나 편하게 키울 수 있다.
글. 황소연 / 사진. 이상희
인터뷰 전문은 빅이슈 261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