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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0. 2021

[EDITORIAL] 우물쭈물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빅이슈》에서 송년호를 벌써 세 번째 만들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독자분도 있겠지만, 매해 마지막 호인 12월 15일자 호에는 ‘올해의 OOO’을 스페셜 주제로 잡고 그해의 다양한 이슈와 인물들을 꼽았었는데요. 이번 호에는 보시다시피 ‘올해의 OOO’이 없습니다. 2020년, 2021년 2년간 올해의 뉴스들을 갈무리할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일상을 지배할 줄 몰랐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마스크를 하고 매일 확진자 수를 알리는 뉴스를 보고 있네요. 달라진 점이라면 백신이 개발되고 주사를 맞았다는 점 정도일까요. 얼마 전에는 상황이 좀 나아지는 듯 보여 일상으로 조심스럽게 돌아가는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OOO’ 스페셜을 올해에는 왜 안 했는지를 말하려 했는데 길어졌네요. 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면, 만드는 사람에게는 관성이 생기고 보는 사람도 기대감이 줄어듭니다. 그런 반감 때문에 ‘올해에는 하지 말자’고 정했습니다. 《빅이슈》가 올해의 이슈를 꼽지 않아도 독자분들 모두 한 해의 정리를 차분하게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대신 올해에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전국 어린이들의 그림을 받아보는 대회를 진행했는데요. 규정상 표지 그림 선정작을 뽑았지만 700여 점의 그림을 보면서 정말 감탄했고, 즐거웠습니다. 사실 심사 기간이 좀 빠듯해 늦은 밤에 ‘이 많은 걸 언제 다 보나’ 지친 마음으로 응모 파일을 열기 시작했는데, 웬걸요. 색색깔의 다양한 소망과 꿈이 담긴 ‘화가분’들의 그림을 보면서 지친 심신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보내온 모든 그림을잡지에 싣고 싶었지만, 지면 관계상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대신 참가해주신 모든 어린이의 이름을 실었으니 자기 이름을 한번 찾아봐주세요.


그리고 오랫동안 《빅이슈》의 고정 필자셨던 이향규 님의 마지막 글이 실렸습니다. 대부분의 필자가 격호로 글을 싣는데, 이향규 님은 매호 글을 보내주셨는데요. 말이 좋아 격호지, 아마 연재하는 분 입장에서는 매주 마감하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편집팀과 같은 호흡으로 매호 마감을 해주신 셈인데, 한 번도 늦는 일 없이 감탄스럽고 소중한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했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카프카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살다 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편견과 기준, 아집이 생깁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사람을 사귀고 삶에서 다양한 선택을 해나가죠. 도끼라고 하면 글이 매우 매서워야 할 것 같지만, 어떤 글은 다감하면서 따스하게 우리의 아집을 깨트립니다. 영국에서 날아온 글을 받아볼 때마다 저 역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이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나의 편견과 실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잠시 쉬시고 조만간 다시 《빅이슈》 지면에서 만나 뵙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며, 평온한 연말 보내시길.


편집장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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