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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11. 2022

나와 우리를 세우다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인터뷰

우리가 사는 도시 곳곳엔 분주하게 폐지를 수거해 삶을 꾸려가는 노인들이 있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투자해야 하는 노동강도에 비해 적은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일. 폐지 수거 노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의 심현보 대표는 폐지 수거를 대체할 일거리를 창출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노인들이 제품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굿즈를 판매하는 아립앤위립의 브랜드, ‘신이어마켙’도 인기다. 생애 처음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2030세대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노년층은 새로운 재미를 찾는 동시에 더 나은 삶을 누린다. 


어떤 계기로 폐지 수거 노인과 사업 아이디어를 연결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반 직장에 다니다 아립앤위립을 설립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어느 날 할머니 댁에 갔는데 한쪽에 폐지가 쌓여 있더라고요. 폐지를 모아서 용돈 벌이를 하고 계셨던 건데, 할머니 친구분들 중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분들도 계셨죠. 우리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분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인식도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일단 그들을 만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처음엔 간단한 캠페인 형태로 수중의 50만 원을 털어 간식이나 장갑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품을 사서 고물상에 오신 분들에게 드렸어요. 


새벽 여섯 시 반에 갔는데, 언덕에 리어카 세 대가 서 있더군요. 할머니 한 분이 쪼그려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고요. 조금이라도 빨리 물건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도 일하러 나와야 하셨을 거예요. 폐지 수거 노인이 처한 현실이 단발성 캠페인으론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폐지를 수거하는 일은 위험하고 노동강도에 비해 소득도 낮거든요. 이분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폐지 수거 일을 하는 당사자, 사회복지관을 찾아가면서 제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아립앤위립에서 진행하는 노년층 일거리 서비스엔 어떤 것이 있나요?

폐지 수거 노인들의 미술 활동을 지원해 그 결과물로 굿즈를 제작하고 있고, 만들어진 제품을 포장하는 일거리가 있어요. 얼마 전까지 작업하신 그림에 저작권료를 지급했어요. 단순노동인 포장은 최저임금에 맞춰서, 노트 커버처럼 봉재 등 전문 기술이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경우엔 서울시 생활임금에 맞춰 급여를 드렸습니다.

신이어마켙에서 판매하는 상품.


정규직으로 채용한 시니어 구성원이 계시다고 들었는데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올라운더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어요. 단순 소모성 업무보다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추가로 고용해서 시니어 팀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니어 직원을 채용한 이유와 채용에 앞서 우려한 업무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 등이 궁금합니다.

청년과 노인이 함께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시니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업인데, 우리는 그들의 삶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이런 거리감을 좁혀야겠다고 생각했죠. 시니어와 함께 일하면 그들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고, 우리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소통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걱정과 달리 지금 시니어와 청년 직원들 모두 잘 어우러지고 있어요. 시니어 직원은 청년들과 일하는 걸 고마워하시고, 배우려 애쓰시고요. 시니어들은 모바일 기기나 노트북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타자 연습을 장려하고 인스타그램 활용법, 메일 주고받는 법, 알파벳 읽고 쓰는 법 등을 교육하면서 개선해가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해요. 시니어들은 겸손하게 표현하시지만, 늘 최선을 다하시거든요. 점점 발전하고 있고요. 이 과정이 지나면 내부에서 기획한 콘텐츠를 직접 작성하실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개인의 도전과 성장을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들어요시니어 직원의 역량 강화를 통해 아립앤위립이 얻는  뭔가요?

시니어 구성원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면서 교육과정 등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바일 기기나 온라인 플랫폼에 점점 익숙해지실 테고요. 이후엔 시니어 구성원 스스로 좀 더 많은 일을 직접 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시니어 구성원의 성장 역시 하나의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립앤위립 지지자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신이어마켙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계신 어르신.


나이 드는 늙음은 초라하고 수동적인 상태로 취급되곤 합니다노년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립앤위립 사업이 6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나날이 또 분기별로 함께하는 어르신들의 나이 듦이 보여요. 나이 드는 건 시간의 흐름인 것 같아요. 청년들도, 노년들도 각자의 페이지를 기록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거죠. 나이 드는 걸 서글프고 슬픈 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어르신들을 만나면 나이 듦이 꼭 안타까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돼요. 저희는 인연을 맺은 어르신들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립앤위립의 신이어마켙이 만드는 제품이 가지는 특장점이 있다면 뭘까요?

최대한 어르신들이 작업하신 원화 그대로 사용하는 걸 원칙으로 해요. 보통 시중에 나온 어르신들이 디자인하는 제품은 리터칭을 하는데, 저희는 지금까지 그대로 살렸어요. 60~70대에 난생처음 펜을 처음 잡아본 분들의 터치에서 서툴지만 감동이 느껴져요. 처음에는 못마땅해하시던 분들이 나중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생활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이분들의 삶에 큰 변화가 있다는 걸 느껴요. 


아립앤위립의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의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시니어가 만드는 주스나 다이닝 등을 콘셉트로 한 F&B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지 브랜드의 몸집이 커지거나 매출이 급성장하는 것을 넘어 팬들이 늘어났으면 해요. 청년과 노인이 만날 수 있는, 벽을 허물 수 있는 여러 시도를 하고 싶어요. 


글. 황소연 사진. 이상희


전문은 빅이슈 266호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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