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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11. 2022

가난과 청춘, 치유와 시작을 다룬 겨울 드라마 셋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장식이 빛나는 만큼 더욱더 외로워지는 겨울이다. 그러기에 타인의 온기가 소중했음을 실감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과거를 떠나보내는 한편, 조용히 기다리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겨울의 사람들. 기나긴 밤, 추억을 되짚으면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감상에 젖을 수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영상물 세 편을 소개한다.



< 훗날 우리>


_2018년, 넷플릭스 공개

2007년 춘절, 고향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이 가득한 열차, 한 여학생이 기차표를 잃어버리고 검표원과 실랑이를 벌이는데, 남학생이 그 표를 찾아준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만났다. 화면이 바뀌면 2018 춘절. 흑백 화면의 비행기 안. 통로를 지나며 이제 각자 비행기를 탄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어색한 미소를 교환한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이렇게 팡샤오샤오(저우둥위)와 린젠칭(징보란)의 11년을 따라간다. 과거, 열차가 눈 때문에 멈추었을 때는 목도리 하나를 같이 붙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던 청춘이었다. 현재, 비행이 폭설 때문에 취소되고 항공사 사정으로 호텔에 들어간 두 사람은 같은 방 안에 있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어른이 되었다.

<먼 훗날 우리> 스틸(출처: 넥플릭스)

<먼 훗날 우리>는 함께 성공과 미래를 꿈꾸던 대학생들이 결국은 현실에 지쳐 헤어지고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만나는 재회의 멜로드라마이다. 모든 순수한 사랑이라도 가난에는 지치고 만다. 다른 욕망을 가진 연인은 어긋나고 만다. 눈이 두 사람의 만남을 또 운명적으로 이끌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같은 길을 걸을 순 없다.



<당신을 울리는 사랑>


_2016년 후지테레비 방영, 왓챠

원제가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인 이 드라마는 국내에도 <마더>와 <최고의 이혼>으로 널리 알려진 극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또 다른 명작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으로 혼자 남아 홋카이도의 친척 집에 맡겨진 하야시다 오토(아리무라 카스미)는 스무 살이 되도록 세탁소에서 힘들게 일하며 아픈 친척의 시중을 들고, 결국은 나이 든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처지가 된다. 혈혈단신으로 운송 회사에서 일하는 소다 렌(코라 켄고)은 우연히 오토의 물건을 습득하고 그것을 돌려주기 위해 홋카이도에 간다. 오토는 의무와 억압만이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렌의 트럭에 올라타고, 두 사람은 도쿄에 함께 도착하지만, 복숭아 통조림 하나만을 주고받은 채 헤어진다. 노인 요양 시설에 근무하는 오토와 수상한 업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렌이 재회하는 건 1년 후의 일이다. 다시 만났다고 금방 사랑에 빠질 수도 없고 함께하기엔 삶은 고되다. 그렇지만 지금 이 사랑 때문에 운다고 해도, 그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당신을 울리는 사랑> 스틸 (출처: 후지테레비)

<그냥 사랑하는 사이>


_2017~18년, JTBC 방영, 넷플릭스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화면 장악력을 인정받으며 단연 톱 배우 대열에 떠오른 이준호 배우 덕으로 4년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그저 흘려보내기 아까운 작품이었다. 재난은 소박하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더 가혹하고 오래 상흔을 남긴다. 이강두(이준호)와 하문수(원진아)는 둘 다 쇼핑몰 붕괴 사고의 생존자이다. 어두운 건물 안에서 서로 격려하며 살아났지만,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투쟁과도 같았다. 그렇게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다시 만난 두 사람,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지만, 재난이 남긴 가난과 병은 그들이 자유로이 행복해지도록 놓아주지 않는다. 공사장 인부로 근무하는 강두, 건축사가 된 문수, 고통은 쉽게 그들을 떠나지 않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삶을 뒤바꿔놓은 재난을 사랑으로 바꾸려 한다. 동시대를 살며 유사한 재해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스틸(출처: jtbc)

문화는 다르지만, 젊은이들이 놓인 빈곤의 모습은 엇비슷하다. <먼 훗날 우리>의 공동주택,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달방, <당신을 울리는 사랑>의 좁은 월세방. 그리고 겨울이면 그들에게 유독 차가운 대도시 베이징, 도쿄, 서울. 이른 밤이 내리면, 도시의 불빛은 별처럼 무수히 반짝이지만 거기에 내 별은 없다는 체념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지 않다고, 괴로운 채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들로 겨울은 좀 더 따뜻해진다. 그런 겨울밤에는 삶에 지쳐 잊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글/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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