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보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가 더 갖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언뜻 ‘자유’라는 단어를 들으면 분방하고 거침없이 원하는 대로 사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실은 우리가 원하는 진짜 자유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자유인지도 모르겠어요. 아, 저만 그런 걸지도? 독자분들이 아닌 제가 게으른 건데 ‘우리’라고 해서 죄송합니다.(꾸벅)
저는 아직 2021년에 살고 있는데 독자들은 2022년에 이 글을 읽으시겠죠? 동시대인 듯 동 시간대가 아니란 게 잡지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해요. 창작자와 구독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만나는 게 2022년답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할 수도 있는 거지요.
저는 옛날 잡지들을 못 버리고 가지고 있는 것도 있는데요. 책장을 정리할 때 옛날 잡지부터 버리려고 잔뜩 꺼내놓고, ‘버리기 전에 한 번 다시 볼까?’ 하면서 펼치고는 결국 청소는 못 하고 잡지만 읽다가 끝나는 뭐 그런 거 다들 아시죠? 저만 그런가. 어쨌든, 그렇게 또 버리지 못하고 다시 책꽂이에 꽂아놓는 잡지 중에는 2000년대 초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그때 잡지를 가장 많이 읽고 사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 좋아했던 기자들의 글을 다시 보면 지금이라면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시 읽어도 재밌어서, ‘그때의 내가 이걸 왜 좋아했는지 알겠네’ 하면서 2000년의 잡지와 수다 떠는 기분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때의 나의 모습에 접속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원래 에너제틱한 사람이 아니지만 새해에는 애써 에너지를 끌어올려보려 합니다. 벌써 몇 년째 새해에는 좀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빌었는데 올해에는 어떨지요.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의 원래 계획은 2022년 첫 호부터 디자인이나 콘텐츠에 변화를 주고 리뉴얼 호를 ‘짜잔’ 하고 보여드리는 것이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계획대로 되진 않았네요. 그래도 조만간 좋은 방향으로 조금은 변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울 수는 없어도 궁금증을 주는 잡지를 만드는 게 쉽진 않네요. 새해에는 다들 더 좋은 생각과 꿈을 품을 수 있길. 그리고 앞서 말했던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되길. 그리고 그 하기 싫은 것을 참아내고 했던 시간들도 당신에게 실보다는 득이 되기를. Happy New Years!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