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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y 18. 2022

이동은 삶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필순 기획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지난해 말인 2021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몇 차례의 시위 중단과 재개를 거쳐, 출근길 휠체어 탑승 시위는 4월 22일까지 진행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4대권리입법 요구안에 대한 브리핑이 원론에 그쳤다는 이유로 재개됐던 이 시위는, 5월 2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을 검토한 후 다시 재개여부가 결정된다. 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전장연의 김필순 기획실장에게 지금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권리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 브리핑 이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4 21 재개되었습니다활동가들은  시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고어떤 각오로 임하고 계시는지요.

답변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적어도 인수위가 와서 자료를 받아 갔으니, 내용은 부실하더라도 답을 직접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지난 21일 시위에선 참여자분들이 오체투지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비장애인의 오체투지도 힘들지만 중증장애인 오체투지는 장애계 안에서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시위방식입니다. 지하철 오체투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컸고, 그 만큼 간절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수위의 브리핑에서 가장 유감스러우셨던 지점은 무엇인지요.

구체적으로 하나를 꼽는다면 ‘장애인개인예산제’ 정책 인 것 같아요. 저희는 장애인개인예산제보다 ‘장애인권리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분명하게 다른데요. 장애인개인예산제는, 자신이 가진 서비스의 ‘총량’을 현금화해서 본인의 결정에 따라 나누어 쓰게 하는 제도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현실은 활동 보조(신체활동, 이동 등을 지원) 시간을 비롯해,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의 종류도, 양도 적습니다. OECD 가입국 평균의 3분의 1이 되지 않는 장애인 복지 예산을 쓰면서, 이 제도를 실행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의 이동권이 노동권과 교육권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신다면요.

우선 이동이 되어야 바깥에 나갈 수 있어요. 이동이 되어야 노동을 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기본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요.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에서 현재의 90%까지 이르렀는데요. 지난 20년간의 투쟁이 없었다면 엘리베이터가 그렇게 설치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별교통수단(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휠체어 탑승 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 같은 경우도 서울시 안에서는 대기 시간이 길더라도 탈 수 있지만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넘어가는 게 불가능하고, 경기도민은 같은 경기 시도 내에서의 이동이 어렵기도 해요.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도 병원을 갈 때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든지 하는 조항이 있고요. 여전히 지하철이 없고 저상버스가 없어 특별교통수단만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현실은 같은 거예요. 시외고속버스의 경우 현재 3~4개 구간에 7대의 고속버스에 리프트 설치가 되어 있고요. 앞으로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더욱 알리고자 합니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는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이런 혐오에 계속 노출되는 일이 부담되고 힘드시진 않은지요.

시위가 길어지니 시민들이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봐요. “당신들을 반대하지 않지만 나는 피해보기 싫다.”는 게 비장애인 시민들의 언어였어요. 사무실로 찾아와서 협박하기도 하고, 메일과 전화로 욕설이 들어와요. 페이스북 라이브엔 혐오 댓글이 올라오고, 메신저로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이 지속적으로 오고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통해 이 혐오가 폭발했다고 봐요. 그럼에도 기운이 나는 일도 있어요. 오늘도 지하철 시위를 보고 관련 책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있었고요. 얼마 전엔 한 고등학생이 편지를 보내왔어요. 3만 원을 동봉한 정성스러운 손편지였어요. 지하철 시위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알게 됐고,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고요. 이런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동권 투쟁 과정에서 언론의 책무를 이야기하지 않을  없는데요양비론으로 지지 혹은 반대’ 구도의 보도를 하거나, ‘인권 반대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포장하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제목이 많더라고요. 특정 언론은 ‘왜 시위를 하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갈등 구도를 증폭시키고 있어요. 언론이라면 왜 5개월간 이 투쟁을 이어가는지 그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봐요. 20년을 투쟁했는데 이제 언론이 주목한 거잖아요. 갈등에만 주목하는 게 언론의 역할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희의 집회나 시위가 효과로서 얘기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5월 2일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내정자에게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목소리를 낼 것이고요, 여기에 대해서 어떠한 답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계속하고자 해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의 투쟁 계획은 다시 세울 계획입니다. 


글과 사진.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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