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해방을 위해서라면 차가운 승강장 바닥이든, 삼엄한 경계와 모진 말의 포화 속이든 뛰어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시민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당신들의 움직임에 큰 빚을 지고 있고 결국 사랑은 혐오를 이길 것이라고. 동료 시민 21인이 전장연에 보내는 연대의 말을 전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응원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우리 사회가 탈시설과 평등한 이동권 등에서 전장연에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혼자 싸우고 있다는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각처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투쟁! -도롱
누군가는 당신들의 행보에 반감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응원하고 있어요. 이동권이란 게 없어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동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 투쟁하는 건데, 누가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 살고 싶겠어요? 제가 꿈꾸는 세상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다수의 사람과 아무리 다를지라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 비장애인이 불편을 감수할지라도 장애인이 눈치 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이에요. 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은 모두가 편히 이용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됩니다. 장애인들이 길거리에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별빛잔향
저는 비장애인이고 난치성질환 환자입니다. 지금 앓는 질환이 처음 발병했을 때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와서 휠체어를 타게 되었습니다. 약물 치료와 재활 치료를 병행해 지금은 감각과 근력을 90% 이상 회복했지만 왼쪽 다리가 유난히 휘청이는 날이면 그때를 생각합니다. 그 후에도 재발과 회복을 반복하며 종종 휠체어를 탔지만 비장애인으로, ‘남들처럼’, ‘멀쩡해 보이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몸으로 살던 기억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소외되던 시절의 기억을요. 사람들이 나의 불편을 모른 체하고 불행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뭉개려 했던 기억을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의식적으로 흐트러뜨리며 산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장애를 이유로 많은 것을 박탈당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저는 모른 체하고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버스를 여러 대 그냥 보내며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는 휠체어에 앉아 열 대고 스무 대고 보내는 게 일상이겠구나. 내가 그때 상태로 근력을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면, 나는 출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겠구나. 저는 장애인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기쁘게,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연대의 뜻을 밝힙니다.
잔인한 말들이 넘쳐요. 그래도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기다리며 앉아 있던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제 몸의 기억을 잊고 혼자 바쁘게 살았을 거예요. -서정
다리를 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다닐 때 대부분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도 너무 힘들었고, 저상버스가 아닌 계단을 올라야 하는 버스가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이 해방된 세상은 모두가 해방된 세상입니다. 장애 해방 투쟁에 연대합니다. 우리 모두의 해방을 향해 투쟁! -예은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회의 일원이라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출근해야 하고, 출근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동권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여러분의 행동은 도를 넘는 시위도, 주장도 아닙니다. 그저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표현일 뿐이니까요. 모든 이의 ‘출근길’을 응원합니다. -진예정
얼마나 한정적인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지 느끼는 나날입니다. 시스템에 맞는 사람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자는 당연함이 당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싸워주셔 감사드립니다. 사회의 턱이 드러나고 틈이 메워지는 건 정말 덕분입니다. 하루빨리 시위가 아니라 일하러, 맛있는 거 먹으러 지하철과 버스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jooo
정리. 양수복/ 사진.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