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맞으면 세상 풍경과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영향을 받고 또 정책이나 시스템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변한다는 거지요. 무엇을 선택하거나 판단해야 할 때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서 큰 영향을 받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만큼 사람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없어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차츰 길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이 3년의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놨을까. 이겨냈다라는 성취감보다는 격차가 벌어지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불안이 커지고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물론 안 좋은 신호죠.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 스페셜도 장애인 이동권이 주제입니다. 투쟁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그래, 역시 아직은 괜찮아. 우리는 망하지 않았어.’ 하는 생각이 들곤 하죠.
《빅이슈》의 인기 연재 코너였던 〈인생은 아이돌이다〉는 이번 호가 마지막입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매력을 샅샅이 분석한 글이 62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필자인 최이삭 님과 처음 연재 회의를 했을 때, 이삭 님이 가져온 주제는 다른 것이었어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변화하는 것을 기록한 글이었는데요. 그 역시 좋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분이 독보적으로 잘 쓸 수 있는 것은 케이팝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팬’으로서 아티스트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음악을 전공했거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과 친분이 깊어서 들은 이야기가 많거나, 화성이니 장르니 하는 것에 해박한 사람만 음악 칼럼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이 애정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 멋짐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팬으로서 방탄소년단과 그간 사랑해온 아이돌에 대해 써보면 어떨지 제안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코너가 벌써 1년이 넘었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네요. 어떤 사람은 이 글이, 자의적 주장이고 객관적 판단이 담긴 글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결과물에 점수를 매기는 칼럼은 아니니까요. 애정과 추앙을 담아, 내가 왜 그들을 사랑하는지, 왜 세계에서 인정받는지에 대해 팬의 시각으로 쓴다면 그 역시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것에 대해 쓰는 건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마감 때마다 수면을 미뤄가며 ‘피땀눈물’ 어린 원고를 써주신 최이삭 님 감사합니다.
커버스토리의 전시회 소개도 《빅이슈》 기자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모았어요. 결국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새로 시작한 〈돌봄의 기술자들〉이라는 코너도 눈여겨봐주세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돌봄 노동자’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또, 탱고와 요가 등 필자들이 즐겁게 하고 있는 취미 생활에 대해 쓴 글도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버텨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사랑하는 존재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무언가를 진심을 다해 아끼고 애정하는 것만큼 생을 환희에 차게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 존재가 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고요. 애정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번 호도 독자분들께 띄워 보냅니다.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