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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y 27. 2022

돌봄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➁

울림두레돌봄 사회적협동조합 강경미 사회복지사 인터뷰

©Unsplash

코로나19로 ‘돌봄의 위기’가 부상했다. 비장애인, 비노인, 비감염인은 이 위기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기 어렵다. 돌봄에 종사하는 인력이 누구인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본다. 첫 인터뷰이는 울림두레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울림두레돌봄) 소속의 20년 차 사회복지사 강경미 씨다. 울림두레돌봄은 ‘울림두레생협’을 운영하는 울림두레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출발했다.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 속 돌봄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돌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 인터뷰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줌(zoom) 화상 통화로 진행했으며, 2회에 걸친 연재 중 그 두 번째이다. 



[본문]

요양보호사의 월급제 전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한편요양보호사 자격증은   남짓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발급되죠자격증 취득의 문턱이 낮아서 생기는 어려움은 없나요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여성이에요. 자격증 따기가 쉬운 건 가정 돌봄을 하던 사람들에게 직업 문턱을 낮춰서 사회 돌봄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거죠. 그래서 주부들이 집에서 하던 노동을 돌봄 영역에서 그대로 하게 되는 게 문제예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초기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현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돌봄 영역은 다 그래요. 사회복지사든 보육 교사든 몇 년씩 공부한 사람이라고 돌봄 기술이 더 뛰어나진 않아요. 현장 경험이 돌봄의 역량을 강화하죠. 


현장에서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교육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파킨슨병의 증상이 어떻다고 학문적으로 배워도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나진 않아요.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외모가 저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에요. 증상이나 행동이 같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지속적인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월급제 전환이 필요하죠. 


돌봄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에서 울림두레돌봄이 추구하는 지속적인 관계 유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지속적인 관계 유지라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죠. 확실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요. 가장 중요한 건 신뢰와 존중인 것 같아요. 저희 센터에 ‘이해하자’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요. 다양한 어르신의 저마다 다른 케이스를 충분히 이해해야 해요. 증상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거죠. 사람마다 판이한 개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돌봄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당사자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그러려면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해요. 어르신들은 본인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본인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시거든요. 여성 노인들이 특히 그래요. 본인에 대한 돌봄이 아니라 본인이 집안에서 가족에게 했던 돌봄을 대리로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사노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프면 누군가 와서 자신을 위해 식사를 챙겨주고 집이나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잖아요. 요양보호사는 이런 일을 돕는 사람인데, 여성 노인들은 본인이 아파서 집안일을 못 하는 게 더 걱정인 거죠.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요양보호사가 대신 해주기를 원하죠. 내가 하던 걸 해줘야 본인에게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돌봄 제공자에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인을 위한 돌봄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요. 가족을 위한 가사노동은 본인을 위한 돌봄이 아니거든요. 본인을 위한 돌봄은 자신을 스스로 좀 더 잘 알아야 발견할 수 있어요.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고, 혼자 할 수 없다면 같이 해줄 수 있는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야죠. 하지만 백날 말해도 잘되진 않아요.(웃음) 그래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질문을 던져야 해요. 예전에는 본인이 잘 모르시니까 보호자들과 자주 통화했어요. 잠은 잘 주무시는지, 대소변은 잘 보시는지, 식사는 잘 하시는지. 모든 것을 보호자를 통해 파악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어르신한테 직접 물어봐요. 


계속 질문하다 보면 변화가 있어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맨날 “그저 그렇지.” 하시죠.(웃음) 그런데 맨날 그날이 그날이더라도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고 이렇게는 표현하잖아요. 그러면 무엇 때문에 좋은지, 무엇 때문에 나쁜지를 자세하게 들으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어르신들도 스스로 어떤 기분인지 느끼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고민이 있을 때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처럼요. 


 대화가 당사자성을 존중하는 방법이겠어요.

질문하고 알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돌봄이에요. 몸이 불편한 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아내 도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진정으로 돌보려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알 수 있는 세심한 대화가 필요해요. 


물리적 돌봄도 중요하지만 다가가는 돌봄 역시 중요하군요그래서 돌봄 제공자에게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같아요

그렇죠. 그 부분을 뒷받침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고, 요양보호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죠. 


최근에 돌봄은 마음을 쓰는 일이라  능력을 넘어서면 내가 파괴될  있으니까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복지사님도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아주 많이 경험해요. 그나마 다행히 잘 까먹어요.(웃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4년 정도 긴밀하게 돌보던 어르신이 계셨어요. 저에게 워낙 많이 의존해서 심적 부담이 컸는데, 그분의 병이 악화되면서 퇴근해서도 찾아가서 챙겨드리곤 했거든요. 그런데 임종이 다가오면서 뭘 드시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그러시니까 저는 조금이라도 드셨으면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하고, 그분을 홀로 남겨두고 그 집을 나올 때마다 마음이 무척 아프고 힘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밤마다 가서 돌볼 수도 없고요. 그러다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본인이 전화를 못 하는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저한테 연락을 하셨어요. 무척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참 무겁더라고요.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나서 감정을 추스르기가 몹시 힘들었어요. 


긴밀한 돌봄이 제공자에게는 짐이  수도 있겠네요.

요양보호사들을 교육할 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 스스로도 그러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럴 때 주변에서 잡아주고 같이 헤매줘야 하기 때문에 동료가 필요한 것 같아요. 동료와 서로 의지하다가 다른 어르신을 만나면 집중하느라 회복되고 그러죠. 천천히 잊겠죠.  


사회복지사는 돌봄 제공자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되잖아요복지사님은 어떤 형태의 돌봄을 받기를 바라세요

노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그 형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몸이 아프면 내려놔야 하는 것들이 있죠. 만약 제가 외출하고 싶은데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어떻게 해서든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을 수 있겠죠. 그러면 휠체어를 타든, 침대에 눕든 밖에 나가게 해달라고 요청할 거예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가 스스로 구분하고 요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돌보는 사람도 혼란스럽지 않고 저도 원하지 않는 걸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할 때 미리미리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몸이 불편해지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등 대처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노인이 됐을 때 어떤 취미를 갖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요. 내가 몸이 불편하면 보고 싶어도 찾아갈 수 없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올 텐데, 그 사람들과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미리 생각해두는 거죠.  


글. 양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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