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Sep 27. 2022

나를 교사로 살게 하는 것들

'오늘 학교 어땠어?'의 저자 초등샘Z

직업의 수는 사람의 수보다 적다. 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일지라도 각자 품은 직업에 대한 이상과 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직업에 얽힌 수많은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람 하나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만들어지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들을 ‘직업으로서의 ’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교사 ‘초등샘Z’는 <오늘 학교 어땠어?>를 통해 교실 속 ‘꼬꼬마’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전한다.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오는 듯한 이 책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이유는 뭘까. 교사로서 겪는 어려움과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뒤섞인 학교교육 현장에 선 한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얘들아, 안녕!” 큰 소리로 인사하며 교실 문을 열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소리치는 여덟 살 꼬꼬마들의 인사가 아침마다 기껍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꼬꼬마도 슬그머니 다가와 귓속말로 엄마가 사준 분홍 머리핀을 꽂고 왔다고 속삭이고, 목소리 큰 장난꾸러기 꼬꼬마는 어제 태권도 학원에서 품 띠를 땄다면서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제법 그럴듯한(?) 시범을 보여준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뭐가 그리 대단하고 흥미로운지 아침부터 열정적으로 수다를 떠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시작하는 하루다. 교사도 여지없이 직장인이라 출근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맞으면 어느새 피곤은 마법같이 잠시 모습을 감춘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한시도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공부를 돕고, 만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내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아이들의 작품을 수습(?)해준다. 그뿐인가. 여덟 살의 세계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보니 하루 동안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를 해결하며 복닥복닥 뒹굴다 보면 아이들을 하교시킨 뒤 항상 파김치가 된 상태로 눈 밑에 다크서클까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잠깐 숨 돌릴 새도 없이 교실 청소를 하고, 내일 수업을 준비하고 학습 자료를 만들며 틈틈이 각종 공문과 행정 문서를 처리하다 보면 순식간에 하루가 저문다. 칼퇴근을 하겠노라 항상 외치지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못 본 척할 수 없어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도 부지기수. 낮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힘들어도 보람 있다면, 각종 잡무와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저녁은 이래저래 직장인으로서의 스트레스를 최고치로 올려놓는다. 


당연하지 않은 교사의 헌신

세상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교사에게도 직장인으로서 애환이 분명히 있음에도, 미디어에서 다루는 교사 관련 뉴스에 어김없이 쏟아지는 혐오와 경시의 시선을 마주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선득해진다. 교사를 향한 비판적 시선과 별개로 교사에게 ‘사명감’과 ‘헌신’을 당연한 기본값으로 요구하는 이 사회의 시선도 무섭다. 두 가치는 내 일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사실 교사라는 직업은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일정 정도의 사명감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난 그냥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어.”라고 말하는 교사조차도 그 속내엔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있다. 없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교류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 속에 그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정서적인 불안 요소를 지닌 채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만드는 다양한 문제 상황, 상식 밖의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학부모들, ‘대체 교사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과다한 행정 업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아이들이 잘 배워 성장하길 바라는 교사들의 고군분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내가 받은 위로를 당신에게

교사도 사람인지라 상처받고 자괴감을 느낀다. 또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지나온 세월만큼 마모되어가는 내 마음과 마주하고, 교사로서 몇 번이고 무릎이 꺾일 것 같은 순간이 올 때마다 내 일을 싫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이들과의 일상 속 반짝이는 순간을 조금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그 글을 모아 <오늘 학교 어땠어?>라는 책을 냈는데, 놀랄 만큼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좀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고 말해주셨다. 교사로서의 삶을 보듬기 위한 개인적 기록임에도 오히려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다정한 위로를 한껏 받은 느낌이다. 이런 경험은 나에게,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생활을 보람차게 만들어주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것, 상식 밖의 학부모들도 있지만 우리 아이를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와 더불어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다. 

학교라는 공간은 여전히 쉽지 않다. 교사의 멘털을 흔드는 위험(?) 요소가 산재한 환경에서 자아를 지키는 건 매 순간 어렵지만, 퇴근길에 하루를 되짚어보며 오늘도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고 스스로 일깨워줄 수 있다면 그럭저럭 또 살 만한 날들이 되지 않을까? 


글/ 초등샘Z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시대의 휴리스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