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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2. 2019

[보드] 구름아, 널 마음에 간직할게


글·사진 임채연     





사실 제 집에서 키웠던 것도, 주인도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주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항상 가족처럼 생각했던 소중한 제 동생이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저희 엄마 직장인 자동차 정비소에서 키웠던 사모예드, 구름이인데요. 화목한 가족과 좋은 친구들 속에서 별 어려움 없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 계속돼 괴로워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심각성을 느껴 혼자 병원까지 알아봤던 그때 저는 구름이를 만났습니다. 매일 퇴근 후 엄마 직장으로 가서 구름이와 함께 보내며 엄마의 퇴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울했던 저의 마음은 저도 모르는 새에 거짓말같이 치유되었습니다.     

저희 집하고 구름이 집하고는 차로 20분 거리인데,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나 명절, 주말에는 구름이가 밥도 못 먹고 심심해할까 봐 혼자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늘 걱정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 엄마 회사 사장님께서 산책을 시켜보라며 묶여 있던 줄을 풀어주셨습니다. 그동안 구름이는 한 번도 산책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자랐고, 밑에는 세차장과 렌트카 회사, 앞에는 대로변이라 산책을 시키기에는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사히 첫 산책을 마치고 구름이와 그 다음 주에 두 번째 산책을 약속했습니다.     

서울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어 주말에 구름이에게 못 가고, 월요일 저녁 구름이를 보러 갔는데 구름이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바로 인쇄소에 가서 실종 전단지를 만들고 간절한 마음으로 경찰서로 갔습니다. 경찰관님들께 전단지를 보여드리니 구름이를 바로 알아보셨습니다. 일요일 새벽, 엄마 회사 앞 대로변에서 로드킬을 당하고 사체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줄이 풀려도 항상 제자리에만 있던 아이였는데 금요일 산책했던 코스대로 움직인 흔적이 있어 자책감에 매일매일을 괴롭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우울하게 지내는 건 구름이도 원치 않을 것 같아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잃었다기보다는 간직되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천사 같은 제 동생 구름이 같이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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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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