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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2. 2019

[보드] 아빠의 전시회


글 현지혜 사진 현영배





나는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짧은 글에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아빠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말도 함께 전하고 싶어요. 아빠의 사진은 그 어떤 전문가의 사진보다 더 멋지다는 것을 말이에요. 사진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으시고, 비싼 카메라도 하나 없지만 휴대폰 카메라로도 멋진 사진을 담아내시는 우리 아빠와 아빠가 찍으신 사진을 소개합니다.     

     

슈퍼맨 같은 우리 아빠! 우리 부모님은 서울에서 결혼 생활을 하시다가 시골에서 목회를 하시기 위해 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충청도로 내려오셨다. 시골 교회이다 보니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도 우리 4남매를 위해 아빠는 기꺼이 슈퍼맨이 되어주셨다.

친구 집에서 보고 온 이층침대를 부러워하던 나에게 직접 이층침대도 만들어주셨고, 나무로 미끄럼틀과 그네까지 만들어주셨다. 뒷동산에 만들어주셨던 나무집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렇게 힘든 내색 없이 모든 걸 다 해주셨던 아빠, 우리 4남매가 어려울 때마다 듬직하게 기도해주셨던 아빠,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늘 도와주셨던 아빠셨다.     

이제 우리 4남매는 서울로 올라와 각자의 삶을 살고 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나이가 되셨다. 38년 동안 목회를 하시면서 아빠, 엄마가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다니시지 못했는데 가끔씩 두 분이 나들이 다녀온 사진을 보내주시면서 행복해하실 때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렇게 아빠에게 있어서 사진은 여행이고, 새로 찾은 행복이자 일상을 담는 일기장과도 같다. 풍경 하나하나를 정성껏 담아내는 아빠의 사진 속에서 아빠가 느끼셨을 그때의 감정과 감동을 나도 함께하는 듯하다. 사진을 찍으실 때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 아빠가 사진이라는 행복한 취미를 갖게 된 것이 너무 좋다. 그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아빠~ 늘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현영배  동네 어른들의 한글 선생님, 우리 집에선 커피 바리스타. 딸바보 아빠라 딸이 좋아하는 산딸기를 따주시고, 냇가에 가서 직접 다슬기를 잡아주는 로맨티시스트.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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