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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r 19. 2024

골목길 야생화 9 식물 접두어 총정리

식물 바로 알기(1)


식물 접두어


야생화란, '사람이 돌보지 않는 야생 상태에서 저절로 자라 피는 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4,600 종야생화가 있다고 합니다. 귀화식물이나 원예종은 제외하고요.


사람마다 이름이 있는 것처럼, 식물도 제각각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 없는 꽃은 없지요.

내가 모른다고 해서 '이름 없는 꽃'이라고 하면, 오만이자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겁니다.

'이름 모를 꽃'이라고 하면 됩니다. 겸손하기도 하고, 무지해 보이지도 않잖아요.


이름은 식물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제공해. 이름을 알고 정확히 부르게 되면, 사람과 식물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식물의 이름은 그 형태, 서식환경, 생태, 생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름을 알면 직접 본 적은 없더라도, 그 특성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답니다. 정확한 이름을 알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이유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야생화에게 애정을 갖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꽃>은 이름을 부를 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된다고 노래합니다.

들어보실까요?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이름의 유래 및 유형


야생화 이름에는 각기 유래와 의미가 있습니다.

를 아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야생화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야생화 이름은 토박이 사투리, 식물 전체의 느낌, 생태적인 습성, 사람과의 관계, 자라는 곳, 신화나 전설, 설화, 관련된 동물이나 사물, 외래어에서 유래합니다.
오늘은 꽃이름에 붙는 접두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접두어란 식물 이름의 맨 앞에 붙는 한두 음절을 말해요. 이전에 소개드렸던 '큰개불알풀'에서 '큰'이 바로 접두어입니다.


접두어는 그 식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줍니다. '큰'이 있으면  '작은'도 있을 테고 그 중간의 것도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유형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접두어 대부분이 형용사나 명사입니다.

일반 표기법에서는 띄어 쓰는 게 대부분이지만, 식물 이름을 표기할 때는 붙여 니다.

이름 그 자체가 고유명사이기 때문이지요.


지금부터는 어느 정도 유형화가 가능한 야생화의 접두어를 살펴볼게요.

1. 자생지를 나타내는 접두어


* 갯 : 해안이나 갯벌, 계곡, 냇가 등지에 자라는 것.

(갯개미취, 갯메꽃, 갯방풍, 갯질경이)
* 골 : 습한 골짜기에서 자라는 것.

(골등골나물, 골사초)
* 구름 : 구름이 있는 높은 산지인 백두산이나 북부 고원지대에서 자라거나, 꽃이나 잎들이 구름처럼 뭉쳐 피는 것.
(구름국화, 구름떡쑥, 구름송이풀, 구름체꽃, 구름패랭이, 구름사초)
* 두메 : 백두산 같은 북부 고산지대에 자라는 것
(두메양귀비, 두메분취, 두메투구꽃, 두메고들빼기, 두메부추, 두메잔대)
* 벌 : 확 트인 벌판에서 자라는 것
(벌개미취, 벌노랑이, 벌등골나무, 벌깨풀)
* 물 : 습기가 많은 곳이나 물가에 자라는 것.
(물매화, 물봉선, 물머위, 물미나리아재비)
* 돌 : 야생 혹은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것
(돌단풍, 돌마타리, 돌바늘꽃, 돌양지꽃, 돌나물)
* 바위 : 바위에서 자라는 것
( 바위솔, 바위떡풀, 바위구절초, 바위채송화)
* 산 :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
(산구절초, 산부추, 산수국, 산솜방망이, 산오이풀, 산괭이눈, 산골무꽃)
* 섬: 육지와 단절된 섬에서만 자라는 것, 대부분 울릉도 특산 식물.

(섬초롱꽃, 섬백리향, 섬쑥부쟁이, 섬천남성, 섬기린초, 섬말나리, 섬쥐손이)

2. 진짜와 가짜를 나타내는 말


* 참 : 진짜라는 의미에서 유래

(참나리, 참바위취, 참좁쌀풀, 참개별꽃)
* 나도 : 원래는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나도바람꽃, 나도송이풀, 나도양지꽃, 나도옥잠화)
* 너도 : '나도'와 같은 의미로 완전히 다른 분류군이지만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
(너도바람꽃, 너도골무꽃)
* 개 : 기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르다는 것에서 유래

(개구릿대, 개쑥부쟁이, 개망초, 개여뀌, 개연꽃)
* 뱀 : 뱀과 관련이 있거나, 기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른 데서 유래

(뱀무, 뱀딸기)
* 새 :  기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르다는 것에서 유래

(새콩, 새삼, 새머루)

3. 식물 기관의 모양이나 특성을 나타내는 말


* 가는 : 잎이 가는 데서 유래

(가는잎구절초, 가는잎돌쩌귀, 가는장구채, 가는층층잔대)
* 가시 : 가시가 있는데서 유래

(가시여뀌, 가시연꽃, 가시엉겅퀴, 가시오갈피)
* 갈퀴 : 갈퀴가 있는데서 유래

(갈퀴나물, 갈퀴덩굴)
* 긴 : 꽃 또는 식물체의 일부분이 긴 데서 유래

(긴담배풀, 긴병꽃풀, 긴산꼬리풀, 긴잎쓴풀, 긴오이풀)
* 끈끈이 : 끈끈한 즙액이 있는 데서 유래

(끈끈이대나물, 끈끈이주걱, 끈끈이장구채)
* 선 : 줄기가 곧게 선 데서 유래

(선괭이밥, 선이질풀, 선씀바귀, 선괭이눈)
* 우산 : 잎이 우 산같이 생긴 데서 유래

(우산나물, 우산잔대, 우산방동사니)
* 털 : 털이 있는 데서 유래

(털동자꽃, 털머위, 털여뀌, 털중나리 )
* 톱 : 잎 가장자리가 톱모양인 데서 유래
 (톱잔대, 톱풀, 톱분취, 톱바위취)

4. 색을 나타내는 말


* 금, 은 : 식물의 색이 금이나 은색인데서 유래
(금마타리, 금붓꽃, 금새우난초, 은난초, 은대난초)
* 광대 : 광대의 복장과 같이 울긋불긋한 데서 유래
(광대수염, 광대나물, 광대버섯, 광대싸리 )

5. 크기를 나타내는


* 각시 : 식물의 크기가 작은 데서 유래

(각시붓꽃, 각시원추리, 각시취, 각시둥글레)
* 땅 : 모양이나 키가 작은 데서 유래, 혹은 꽃이 향하는 방향에서 유래.
(땅나리, 땅비싸리, 땅채송화, 땅빈대)
* 애기 : 초형이나 키가 작은 데서 유래
(애기나리, 애기현호색, 애기괭이눈, 애기원추리)
* 왜 : 키가 작거나, 일본이 원산지인 데서 유래

(왜개연꽃, 왜솜다리, 왜현호색, 왜제비꽃, 왜당귀)
* 좀 : 키가 작은 데서 유래
(좀고추나물, 좀꿩의다리, 좀붓꽃, 좀가지풀)
* 병아리 : 초형이나 키가 작은 데서 유래
(병아리풀, 병아리난초, 병아리다리)
* 큰 : 초형이나 키가 큰 데서 유래

(큰구슬봉이, 큰까치수영, 큰꽃으아리, 큰복주머니란, 큰앵초)
* 왕 : 키가 큰 데서 유래

(왕고들빼기, 왕제비꽃, 왕원추리, 왕별꽃, 왕갈대)
* 참 : 초형이나 키가 큰 데서 유래
(참꿩의다리, 참좁쌀풀, 참나리, 참당귀)
* 말 : 초형이나 키가 큰 데서 유래

(말나리, 말냉이, 말냉이장구채)
* 수리 : 초형이나 키가 큰 데서 유래
(수리취)
* 선 : 식물이 직립으로 서 있는 데서 유래
(선가래, 선괭이눈, 선갈퀴, 선괭이밥)
* 눈 : 식물이 누워 있는 데서 유래

(눈개승마, 눈개쑥부쟁이, 눈양지꽃, 눈범꼬리)

허복구, 박석근 저, <우리 꽃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에서 요약.


■ 마지막의 '눈- '을 접두어로 하는 식물을 제가 갖고 있는 야생화 도감에서 찾아봤습니다.

눈괴불주머니, 눈빛승마가 더 있군요.

나무 도감을 통해서는 눈잣나무, 눈측백, 눈향나무를 추가할 수 있겠어요.


제게 야생화를 진지하게 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스승님이 계십니다.

이곳에 사진을 퍼오는 '들꽃사랑연구회'의 좌장이신데요.

의정부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신 이명호 선생님입니다.

44년 정도 전국의 야생화를 직접 탐사했고, 수십 권의 저서를 낸 분이시지요.

이곳에 올리는 한편 한편의 글이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게 뜻대로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지난 회 '회양목' 소개를 지루한 생물학 시간으로 만들어 죄송했는데, 오늘은 국어 시간으로 만들어 거듭 죄송합니다.


2024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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