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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08. 2024

골목길 야생화 22 큰개별꽃

별꽃보다 큰 개별꽃보다 조금 더 큰~


큰개별꽃

골목길 야생화 3번째 주인공이 별꽃이었죠?
별꽃 무리들은 석죽과 별꽃 속이나, 개별꽃 속에  속하는데요.
별꽃이라는 기본 이름에 접두어로 쇠-,  실-, 왕- 등이 붙었습니다. '벼룩나물'이라는 독자적 이름있고요.

개별꽃속에는 큰-, 숲-, 긴-, 가는잎-, 덩굴-, 보현개별꽃이 들어있군요.

오늘 주인공은 큰개별꽃입니다.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해요.
키가 10~20cm 정도.
꽃 크기가 1cm 미만이라 썩 잘 보이진 않습니다.
전국 각지의 산과 들 어디서든 자라요.

큰개별꽃.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잎이 5장이면 개별꽃, 6~8장이면 큰개별꽃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잎은 진한 녹색이며, 피침형 또는 넓은 피침형.
폭 0.5-2cm.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
꽃은 백색. 줄기 끝에서 길이 0.6㎝ 정도 위를 향해 핍니다.
꽃잎이 5장이면 개별꽃, 6~8장이면 큰개별꽃.
열매는 6~7월경에 둥근 달걀 모양으로 달리고요.
익으면 과피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죠.


어린순은 식용. 성숙한 식물은 위장약으로 쓰여요.
한방에선 덩이뿌리를 태자삼(太子蔘)이라는 이름으로 약용한답니다. 기를 보하고 몸 안에 진액을 보충해 준답니다.

해아삼(孩兒蔘), 동삼(童蔘), 이엽가번루(異葉假繁縷)라는 어려운 이름으로도 불려요.

민개별꽃, 선미치광이풀, 수염뿌리미치광이, 좁은잎개별꽃, 큰들별꽃, 개벼룩이자리, 들별꽃 등 우리말 별명으로 불리고 있어요.
꽃말은 ‘귀여움’, '은하수'.

식물 이름에 ‘개-’라는 접두어 붙는 게 많다고 9번째 글 식물 이름 접두어 편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원래 있던 식물과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붙여요.
대개 털이 있거나, 흔하거나, 먹지 못하거나, 가짜 거나 등이 그 이유.
별처럼 생긴 별꽃에 개-를 붙여 개별꽃이 되었고요.
그 개별꽃보다 크니 큰-을 붙여 큰개별꽃이 되었죠.


개별꽃, 큰개별꽃이 별꽃보다 더 아름답고 크다. 먼저 이름을 차지한 별꽃보다 뒤늦다 보니 접두어 개-, 큰개-를 붙였을 수 있다. 망초, 개망초도 비슷하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개의 비천함을 빗댄 속담 몇 가지.
- 개 못된 것은 들에 나가 짖는다.
- 개 꼬락서니 미워 낙지 사 먹는다.
- 개 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뼈다귀 좋아하는 개가 미워, 뼈 없는 낙지를 사 먹는다는 말에 웃음이 터지네요.
황모(黃毛)는 붓을 만드는 데 쓰는 족제비 꼬리털.

일상어에서도 개를 붙이면 그 의미가 엄청 강조되면서 상스러워집니다.
망신 - 개망신/ 박살 - 개박살 / 새끼 - 개새끼/ 소리 - 개소리/ 수작 - 개수작/ 망나니 - 개망나니...

요즘 아이들, 말끝마다 앞에 개-를 붙이죠?
개쪽, 개짜증, 개미안...
이 친구들 말로는 개-를 안 붙이면 자신이 무능력한 느낌을 갖게 된다네요.

개-가 현재는 캐-, 케-로 격음화되었는데요.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캐안습'이란  있었죠. '안습'은 '안구에 습기 차다'의 준말.
'불쌍하다, 안타깝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네요.
거기에 개-를 강하게 발음한 캐-까지 붙은 신조어.
'완전 캐안습'이라고 한 번 더 강조해야 제맛이라니, 언어에도 비가역적 인플레이션이 작용하는 게 분명합니다.


이제부터는 생물학 시간입니다^^,
같은 꽃의 암술과 수술이 제꽃가루받이 즉 자가수분(自家受粉)하는 걸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 많습니다. 암술이 수술보다 길이가 긴 것,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는 것 등등.

암술머리가 열리는 시간과 수술의 꽃밥이 터지는 시간을 달리하는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호박 키우 분들은 종종 붓에다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 인공수정을 요. 오전에 하면 암꽃으로 꽃가루가 쫙 빨려 들어간답니다. 그런데 오후엔 소용이 없대요. 암술머리가 열리는 시간대가 오전, 수술의 꽃밥이 터지는 게 오후이기 때문일 겁니다.

벌이나 나비가 꽃 속으로 날아와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순간의 신비를 알아볼까요?

꿀벌이나 다른 곤충들이 빠르게 날갯짓을 하면 순간적으로 상당한 정전기가 발생한다. 이 정전기로 충만한 곤충의 몸뚱이가 꽃 속으로 들어오면서 촉촉한 암술대 및 암술머리에 닿으면 식물의 중앙 관다발 시스템으로 직접 연결되는 전기장을 만들어낸다. 이 전기장은 뿌리로 연결되는 수분에 의해 접지되어 땅속으로 흐르게 된다. 이러한 충전된 정전기의 이동은 곤충의 몸에서부터 꽃가루가 떨어져 나와 암술머리로 달라붙기 쉽도록 해준다."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바이북스, 64쪽.


요약하면, 꽃을 향해 날아온 꿀벌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정전기. 그 전기가 식물의 수분에 의해 접지되면서 방전. 그 순간 꿀벌이 다른 꽃에서 가져온 꽃가루 일부를 암술머리에 헌납. 되돌아 나갈 때 그 꽃은 수술 꽃가루를 선물. 이를 받은 꿀벌은 다른 꽃을 향해 출발.

동물을 매개로 한 자가수분 방지 전략, 즉 타가수분(他家受粉)은 참으로 아름답고도 완벽한 '상부상조 시스템'입니다!



수분 매개 곤충의 대표선수인 꿀벌. 2022년 우리나라에서만 78억 마리가 사라졌다. 이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냥집사 더사랑님 블로그.


꽃가루 운반 곤충의 대표 선수가 꿀벌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대요.

앞서의 그 완벽하고 아름다운 상부상조 시스템이 붕괴되면, 공도동망(共倒同亡: 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의 길, 즉 운명을 같이 하며 사라질 수밖에 없고, 인간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양봉인은 물론 영농인들이 크게 걱정할 정도로 줄고 있습니다. 2022년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만 78억 마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농약과 살충제의 과다 사용,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를 꼽습니다. 천적인 응애도 한몫한다고 하고요.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한 해에 과일 23%, 채소 16%, 견과류 23%가 줄어든답니다. 몇 년 안에 이것들을 구경도 못할 정도가 되는 겁니다.


현재의 우리는 정말로 영화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아슬아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또 어떨까요?

으스스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지구 종말의 시나리오는 너무나도 많지요?

인류를 이주시키기 위해 벌이는 화성 탐사 경쟁은 돈 많은 몽상가들의 한가한 놀이가 아닙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에너지는 물론 농약과 서식지와 이상 기온까지 아우르며 지구를 살리겠다는 원대한 공약을 보기 어려운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2024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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