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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05. 2024

골목길 야생화 21 히어리

반전에 반전의 사연 얽힌 한국 특산나무


히어리


10년도 넘었지만 이 친구와 처음 만나던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북서울꿈의숲에서 처음 보았을 때, 꽃모양이 너무나 이색적이고 신기해 외국 어디쯤에서 건너온 것이려니 했습니다. 이름을 알기 위해 끙끙대던 끝에 간신히 히어리임을 알아냈어요.


이국적 이름과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사실이지만, 이게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나무라는 데서 크게 놀랐지요. 발음도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군에 속합니다.

2주일 뒤 삼청공원에서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그리 반가울 수가 없더군요. 땅에서는 이제 겨우 제비꽃이나 양지꽃이 필 무렵의 칙칙한 숲에서 허공에 포도송이를  닮은 노란 등불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은 독보적이었어요.



진달래보다 일찍 피는 히어리 꽃. 아직 겨울인 칙칙한 숲에서 포도송이처럼 노란 꽃을 늘어뜨린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기록에는 1924년 일본 식물학자 우에키 호미키 박사가 전라도 조계산 송광사 부근에서 히어리를 처음 채집해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꽃잎이 벌집의 밀랍처럼 두텁다고 하여 납판화(蠟辦花)라고 했다는데요. 북한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인데, 북한에선 '조선납판나무'라고 부른대요.


일본인이 지은 이름이 못마땅했던 우리 식물학자가 있었는데요. 한국 야생화계 대부인 서울대 이창복 박사. 전남지역 식물 조사를 할 때, 주민들이 부르는 노래에 주목하게 되었대요. ‘뒷동산 히어리에 단풍 들면 우리네 한 해 살림도 끝이로구나’

히어리가 무엇인지 묻자, 주민들은 송광납판화를 가리켰지요. 이 박사는 1966년 학회에 보고해 순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예전 전라도에선 15리마다 이 나무가 있었다네요. 그래서 시오리나무로 불리다가 시어리, 히어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이름이 주는 이국적 어감과는 달리 한국 고유의 특산 나무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식물이다 . 꽃속에 점점이 박힌 건 5개의 수술, 삐죽 나온 건 2개의 암술대.


학명은 코리롭시스 코레아나( Corylopsis coreana). 앞의 속명은 개암나무를 닮았다는 뜻이고, 뒤의 종명은 한국이 특산임을 나타내요.
영어로도 Korean winter hazel, 즉 한국 겨울 개암나무. 잎이 개암나무 닮아서래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 한국특산종.
지리산국립공원 깃대종이기도 해요. 깃대종이란 공원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식물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종을 말합니다.


지리산과, 가까운 조계산, 백운산, 남해의 섬 등 남쪽에서 주로 자생하지만, 수원 광교산과 포천 백운산에도 자생지가 발견되었어요.
 

자생지보다는 공원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장미목 조록나무과의 낙엽관목.
3월에 황록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진달래보다 한 발 먼저랍니다.


8~12개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아래를 향해 달리죠.
꽃이삭은 길이 3∼4cm이지만 꽃이 핀 다음 7∼8cm로 자란대요.
꽃에 달린 포는 안쪽과 가장자리에 털이 많아요.
5장의 꽃잎 속에 2 개의 암술대와 5개의 수술이 있어요.


열매는 삭과(果)로 9월에 열리고 2개로 갈라지면서 까맣고 반들반들한 씨가 튀어나갑니다.

잎 모양도 아름답고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들어 관상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뚜렷한 약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답니다.
꽃말은 봄의 노래, 희망, 새로운 시작.


열매는 9월쯤 맺는다. 삐죽삐죽 솟아난 건 암술대.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 어제가 24 절기의 하나로 날씨가 맑고 밝다는 청명(淸明), 오늘은 4대 명절로 꼽히는 한식(寒食)이자 식목일입니다.


"청명이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이고, 날씨가 좋아야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에도 수월하다. 곳에 따라서는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특별히 택일을 하지 않고도 이날 산소를 돌보거나, 묏자리 고치기, 집수리 같은 일을 한다. 이러한 일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겨우내 미루어두었던 것들이다.


한식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이다.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


한식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 명절이 아니다. 따라서 한식은 음력 2월에 있을 수도 있고, 음력 3월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2월 한식과 3월 한식을 구분하는 관념이 있다. 2월에 한식이 드는 해는 세월이 좋고 따뜻하다고 여기며, 3월에 한식이 있으면 지역에 따라서 흙이 드러난 무덤의 떼를 갈아입히는 개사초를 하지 않는다."

 - 이상 청명, 한식을 키워드로 네이버 검색.


■■ 오늘은 음력 2월 27일입니다.

2월 한식은 3월 한식보다 세월이 좋다고 하니 그 말 그대로 믿는 게 낫겠어요.


1년 24 절기와 명절, 또박또박 지키는 건 머나먼 옛날이야기가 되었지요?

더구나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이라, 모든 일상이 뒤틀려 뒤죽박죽인 느낌이 강합니다.


식목일은 또 어떻습니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 때문에 나무 심는 날을 훨씬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도 분분했지만, 지금은 그조차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겠어요.

나무는 나무대로 살고,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야지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우리 속담처럼, 자연은 큰 차이가 없이 그저 묵묵합니다!


2024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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