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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09. 2024

골목길 야생화 23 꽃마리

또르르  말려 있다 순서대로 피는 작은 꽃


꽃마리

식물에게 햇빛생명을 좌우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 이산화탄소, 햇빛을 원료로 녹말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식물 자신의 식량을 생산할 뿐 아니라,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에 사는 거의 모든 동식물의 먹을거리를  제공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도 식물은 빛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햇빛을 감지해 이 전달하고, 반응해야 하는 고도의 시스템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답니다.
빛의 밝기와 파장, 낮의 길이를 정밀 탐지해 목숨을 건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언제 잎과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고, 낙엽을 떨구고, 동면할지는 모두 빛과  관련되어 있거든요.


"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식물들은 내부에 빛의 모든 성질을 파악하는 감지기와 전달기, 그리고 반응기를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ᆢ
식물의 모든 조직에는 개별적인 빛 탐지 센서가 있다. 빛의 탐지와 관련된 수용체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아주 다양한 식물 색소들이다. 이들은 빛의 성질을 파악하여 여러 가지 생화학적 과정들을 조절함으로써 빛에 대한 일련의 사고 작용을 하게 된다ᆢ.
식물이 공간과 계절, 밤낮을 탐지하고, 심지어 경쟁자를 탐지하는 것조차 빛의 성질을 통해서이다. 식물의 활동과 관련한 빛의 성질은 밝기와 길이와 파장 세 가지이다. 빛의 밝기는 빛의 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식물은 낮이 되어 어느 정도 빛의 밝기가 보장되어야 활동을 시작한다. 빛의 길이는 곧 낮의 길이인데, 겨울 동안 낮 길이가 밤 길이보다 짧을 경우 식물은 휴면한다. 파장의 효과는 식물이 선호하는 빛의 질을 말하는 것으로 식물은 대체로 가시광선 내 적색광 부근의 파장을 가장 선호한다." - 차윤정, <숲의 생활사> 25쪽 요약.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들은 겨울철 추위와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자들이고, 자기보다 큰 키를 가진 식물들이 햇빛을 가리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겁니다.


꽃이 아래로부터 피어오른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윗부분은 시계 태엽처럼 또르르 말려 있다. 그래서 이름이 '꽃마리'.


오늘은 꽃마리를 소개합니다.
작디작은 꽃이에요. 꽃봉오리는 연분홍색이고 막 피어난 꽃은 연한 하늘색. 꽃 중앙에 정 5각형의 작은 구멍이 있고 노란색 띠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치과의 해살이풀.
꽃말이, 잣냉이, 꽃따지라고도 불러요.
들이나 밭둑,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 자라면 높이 10~30cm.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 또는 달걀 모양입니다.
꽃은 4월부터 7월까지 연한 하늘색으로 줄곧 피어요.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는데요.
꽃차례 부분이 시계태엽처럼 또르르 말려 있다가 차례차례 풀리면서 순서대로 핍니다. 꽃이삭이 말려 있다고 해서 꽃마리죠.

꽃마리 꽃의 크기는 지름 2mm 정도. 다 자라도 키는 30cm. 사진 = 들꽃사랑연구회


꽃지름이 2mm 정도로 작아도 너무 작아요.

그래도 꽃받침 5개, 꽃잎 5개, 수술 5 개, 암술 1개로 출 것은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이런 꽃을 '갖춘꽃'이라 하고,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안갖춘꽃'이라고 해요.

스마트폰 카메라의 접사 기능 이용하면 가운데 금빛 테두리 안에 숨은 수술들이 잘 보입니다.
열매는 4개의 분과로 갈라지는 분열과로 꽃받침에 싸인 답니다.


어린잎을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나요.

나물로 먹을 수도 있으나 맵고 쓰므로 찬물에 우려낸 후 조리하랍니다. 한방에서는 꽃을 포함해서 전초 말린 것을 부지채(附地菜)라 하고  근육 마비, 야뇨증, 대장염, 이질, 종기 등에 쓴다네요.

한국 전역, 아시아의 온대와 난대에 분포합니다.

사촌으로는 참꽃마리, 덩굴꽃마리, 왜지치가 있군요.


한 외국 선교사 부인이 한국물망초라는 뜻의 korean forget- me-not으로 기록한 것이 영어명이 었답니다.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인데요.
실제 꽃이 물망초(勿忘草)를 닮았습니다. '진실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는 꽃말도 있군요.



길가에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우리는 흔히

왜 사느냐고

인생의 의미를 묻습니다.

그러나 삶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인생은 의미를 갖고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겁니다.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그러면

또 하나의 굴레만

늘게 됩니다


우리 인생은

길가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입니다.

길가에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나는 특별해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의 하루하루 삶에

만족 못하고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후회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알면

특별한 존재가 되고,

특별한 존재라고

잘못 알고 있으면

어리석은

중생이 되는 겁니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길가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 같은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인생이 그대로

자유롭습니다.


내가 남보다 잘 나고 싶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생이 피곤한 겁니다.


진정으로

자유를 원하고

행복을 바란다면

마음을 가볍게

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삶이 별게 아닌 줄 알면

도리어 삶이

위대해집니다.

 -법륜스님-


이제 어디를 가든 풀과 나무의 꽃들은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놓은  지천으로 널려있고요.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떨어지는 꽃잎이 난분분해요. 


이들의 초대를 외면하고 거절한다는 건 참으로 매정한 일이자, 위대해질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요?
땅에 깔린 작은 꽃들의 손짓 따라 '낮은 곳'살펴보고, 나 역시나 길가의 한 포기 풀꽃처럼 '그냥' 살기로 마음먹으면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르면요.



앞서 언급한 책 ‘숲의 생활사’ 는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사계절에 따라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소개하는데요. 장엄한 서사시(敍事詩)와 다름없어요.
‘봄은 허물을 벗듯 갑자기 다가온다.’
이런 묘사는 머리가 아니라 몸과 눈에서 나온 것일 수밖에요.



■■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풀을 뽑는 일이기도 합니다. 곡식은 뿌려야 나지만 풀은 옛날부터 지난해까지 떨어진 풀씨가 수없이 돋아납니다.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과 유습들이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듯 잡초는 수없이 돋아납니다.
그걸 뽑아주지 않으면 곡식이 오그라지고 시들어 녹아버립니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끈질기고 뿌리가 억센가를 말해 주는 듯합니다."


"그 독한 권력이란 것이 국민에 기반을 두지 않았을 때 그 결과는 뻔합니다. 이론이나 교리 또는 그 무슨 (시민)운동도 마찬가진데요. 거기 취하면 처음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좀 더 걸치면 세상이 보이지 않아 결국 끝장이 난다지요. 그 결과 개인이나 집단이 무너지는 게 역사의 교훈 같아요ᆢ."


"까마득히 높은 사람들, 그 무슨 자리깨나 앉아 있는 사람들, 자기가 하는 일이 바른지 삐뚠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두려움마저 없으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백두산, 한라산도 그 높이의 기준점을 하늘의 별이 아닌 바다의 수평으로 정한 옛사람들의 뜻을 헤아려 부단히 원점으로 회귀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묵밭에서 잡초와 독초가 길길이 자라듯이 우리가 세상이란 밭을 갈지 않고 비워두니까 어중이떠중이, 깡패, 건달들이 꾀어 들어 나라를 흥정하고 백성을 볶아먹을 못된 짓을 함부로 저지르고 있지 않나 싶어요."


"도랑물이 바다에 이르자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듯, 세상과 인간도 완성을 위해서는 숱한 고비를 넘어야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막힘과 함께 마음속의 막힘과 찌꺼기도 부단히 쳐내야 할 겁니다."

- 전우익,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중에서.



저자 전우익 선생은 20년 전에 고인이 되셨어요.
1980년대 중반부터 9년 동안 한 스님에게 보낸 편지를 책으로 엮은 건데요. 40년 전의 글임에도 전혀 옛글 같지 않네요.
우리 사회가 그때로부터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생전에 한 번도 뵙지는 못한 선생께도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부끄럽습니다.


2024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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