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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y 12. 2024

골목길 야생화 37 찔레꽃

별처럼 달처럼 서럽고, 향기마저 너무 슬픈 꽃


찔레꽃


찔레꽃, 그 항기가 너무 슬퍼 새워 목을 놓아 울었다는 장사익절창이 귀에 쟁쟁하죠?
가시에 찔릴 수 있어서 찔레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식 명칭은 찔레꽃. 풀이 아니라 나무입니다.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약 125 종의 들장미 중 하나로, 현재 2 5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장미의 원종(原種)이기도 합니다. 잎도 가시도 장미와 비슷해 알아보기 쉬워요.


지금 꽃이 한창인데요. 순백색 또는 분홍끼가 살짝 도는 것들 만날 수 있어요.


흰색으로 피는 찔레꽃. 꽃봉오리 상태일 때는 분홍빛이 돈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등산로 샛길을 막는 데는 찔레만 한 게 없을 듯합니다. 억세디 억센 가시 투성이 나무가 덤불을 이루어 막아서면, 꼼짝없이 뒤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죠.

장미과 장미속의 낙엽활엽관목.
학명은 Rosa multiflora.
Rosa는 붉다는 데서 유래한 장미, multiflora는 많은 꽃이라는 뜻.

장미의 원종이라는 의미에서 야장미(野薔薇)라고도 하고, 들장미로 부르는 곳도 많아요.

산기슭이나 볕 잘 드는 냇가와 골짜기에서 자라요.
높이는 1~2m로 관목(灌木), 우리 말로는 떨기나무.

키가 작으면서, 원줄기가 분명하지 않고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를 관목이라고 합니다. 무궁화, 진달래, 개나리, 앵두나무 따위.


가지가 많이 갈라져 끝 부분이 밑으로 처집니다. 국수나무와 마찬가지죠.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동물들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잎은 기수우상복엽. 기수는 3, 5, 7, 9 홀수. 우상은 깃꼴. 복엽은 여러 잎이라는 뜻.


잎은 어긋나고 5~9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 우상복엽(羽狀複葉)으로도 표기하는 깃꼴겹잎이란 작은 잎 여러 장이 잎자루 양쪽으로 깃털처럼 마주 붙는 형태를 말해요. 장미에서는 끝부분에도 잎 하나가 달려 5, 7, 9개의 홀수로 이뤄집니다. 홀수를 뜻하는 기수(奇數)를 앞에 붙이면, 기수우상복엽. 엄청 어려운 용어죠?
작은잎은 타원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길이는 2~4cm.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어요.
잎 표면엔 털이 없고, 뒷면에 잔털.



꽃은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으로 펴요. 새로 난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달리죠.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끝 부분이 살짝 안쪽으로 파입니다.
향기는 일반 장미보다 진해서 꿀벌이 많이 찾아오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슬프도록 진한ᆢ.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6~9mm로 딱 콩알 크기. 9월부터 붉은색으로 익어요.


한방에서는 꽃을 ‘장미화(薔薇花)’라 하여 잘 말린 꽃잎을 달여 먹으면 갈증을 해소하고 말라리아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고요.
뿌리는 장미근으로 이질, 당뇨, 관절염에, 열매인 영실(營實)은 불면증, 건망증 치료에 쓰인답니다.
열매는 또 갈색을 내는 염료로 사용한답니다.


찔레꽃 열매. 콩알 크기로 9월부터 익기 시작한다. 새의 먹이가 된다. 한약재와 염료용으로 쓰인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우리나라엔 전국 곳곳 개울가나 산의 초입 비탈진 곳에 자라고, 일본과 중국에도 있답니다.


찔레꽃뿐 아니라, 한반도에 자생하는 야생 장미, 즉 들장미로는 해당화, 붉은인가목, 흰인가목, 생열귀나무 등이 있습니다.

찔레나무, 가시나무, 설널네나무, 새비나무, 찔룩나무,  질누나무, 질꾸나무, 질끄나무, 찔네나무, 찔레, 독고리낭, 새베낭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갖고 있군요. 어디에나 흔하기 때문이겠지요.


꽃말은 고독, 신중한 사랑,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 이연실 노래, <찔레꽃>


이 노래 가사에서처럼 배고픈 시절에 어린이들은 찔레꽃을 따 먹기도 했다는데요. 그 맛은 먹기 전의 향기와는 달리 텁텁하답니다.

그래서 꽃보다는 찔레 순이 군것질거리로는 더 인기였다는데요.


부드럽고 여린 새순을 골라 껍질을 까서 씹으면 떫은맛이 돌기는 해도, 사각이면서도 들쩍한 맛이 달콤하게 느껴진다는군요.

이 맛을 시인들은 은은하면서 상큼 아싹, 달짝지근, 달콤 쌉싸래, 떱떠름 달콤 등으로 표현하는데, 실제로 먹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말로 찔레꽃을 노래한 시가 200 편에 가까운데요. 엄마와 연계한 시가 압도적으로 많군요.


아무리 고생을 하셨어도 행주치마, 흰 저고리, 하얀 머릿수건, 흰 적삼, 돌아가신 뒤의  상여처럼 엄마의 이미지는 하이얀가 보다. 출처= 구름바다님 블로그 캡처


■ 앞에서 장미의 원종인 들장미는 전 세계적으로 125 종 안팎이라 했고요, 이들을 개량한 장미는 2만 5천 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20만 종까지 있다는 설이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1년에 200 종이 넘는 새로운 장미들이 원예가와 육종가의 손길에서 태어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인 에버랜드의 장미 축제에서 해마다 새로운 품종을 선보이고, 그 값도 만만치 않다네요.

아무리 그래도 들장미는 야생화, 장미는 원예종이라는 구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에 꽃의 여왕인 장미가 피어난다. 찔레꽃을 배경으로 장미를 앞쪽으로 심어, 찔레꽃을 잊지 않도록 구성한 아파트 정원.

계절의 여왕  5월에, 꽃의 여왕 장미가 피어납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거죠?

2만 5천 종이 넘는 장미 이름을 모두 알아볼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장미의 역사라든지, 어떤 방법으로 개량되었는지, 품종별 특징은 무엇인지를 연구한 분들은 동양과 서양에 많습니다.


기원전 그리스 신화에선 미의 신인 아프로디테, 로마 신화에선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한 꽃이라고도 하고요.

신라시대 화왕계에서도 장미가 등장합니다.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뜻.


가까이에서 장미꽃을 보셨다면, 찔레꽃도 생각해 주셔요.

그렇다고 찔레꽃 만날 때마다 너무 울지는 마시길ᆢ.


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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