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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y 16. 2024

골목길 야생화 38 쉬어가기(2)

이른 봄 꽃 피워 여름 전에 맺은 열매들


결실의 계절은 오로지 가을일까요?

오래오래 사는 나무들은 대개 그러하지요.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 중에는 여름 전에 열매를 다 익히기도 합니다, 매실나무가 대표적이지요.


한해살이풀, 두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과 같이 짧게 생을 마감하는 식물들은 봄부터 여름과 가을까지도 줄기차게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게 많아요.

봄 여름 가을 심지어 겨울까지도 열매 맺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풀과 나무들이 열매를 맺거나 익히는 모습, 나아가 일생의 최종 목표인 씨앗 퍼뜨리기 과업을 마친 모습을 사진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 안 번호는 골목길 야생화에 소개되었음을 표시한 것입니다.


<1> 매실나무

장미과. 눈 속에서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당찬 기개로 선비들로부터 사랑받은 꽃.

꽃을 기준으로는 매화나무, 열매 기준으로는 매실나무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매실나무. 5월 말쯤 수확한다.


<6> 서양민들레

국화과. 토종인 민들레가 봄에만 꽃을 피우는 데 비해, 가을까지도 왕성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씨앗 하나하나에 관모, 또는 갓털로 불리는 털이  낙하산 모양으로 달려 있어 멀리 날아갈 수 있다.

<8> 회양목

회양목과. 목질이 단단해 도장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해서 도장나무로도 불렸다.

뒷쪽의 갈색 열매는 지난해 맺은 것으로 씨앗은 떨어지고 없다. 앞쪽 녹색의 뿔이 돋은 열매가 올 봄에 맺은 열매이다.

<14> 백목련

목련과. 꽃봉오리가 임금의 자리를 상징하는 북쪽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로 불리었다. 순백색의 꽃으로 사랑받지만, 낙화할 때는 좀 민망한 모습이다.


순박하면서도 화려했던 백목련 꽃. 지금은 넓은 나뭇잎 아래에서 녹색 열매를 맺고 있다. 가을이면 어른 주먹만한 열매의 겉에 촘촘히 붙은 빠알간 씨앗을 드러낸다.

<16> 할미꽃

미나리아재비과. 꼬부라진 꽃대에서 땅을 향해 고개 숙인 모습이 할머니를 연상시키지만,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호호백발이 되어, 진짜 할머니 같다.

백두옹이라는 별명처럼, 할미꽃 열매는 호호백발 할머니를 연상시킨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19> 앵도나무

장미과. 국어사전에는 앵두나무로 나와 있지만, 정식명칭은 앵도나무. 열매의 모양이 복숭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다 익으면 샛빨갛지만, 5월 중순의 모습은 약간 붉은 빛을 띠는 수줍은 모습이다.


<27> 살갈퀴

콩과. 두해살이풀. 콩과는 질소고정이라는 대단히  고마운 작용을 한다.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 덕분이지만, 그들에게 영양분을 주며 공생하기 때문이다.

까만 꼬투리가 살갈퀴의 열매. 6월에 씨앗을 다 익히고 나면, 이 무성한 풀들이 시들어 몽땅 사라진다. 그 자체가 비료가 된다. 농부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29> 단풍나무

단풍나무과. 가을 단풍잎보다 봄의 열매를 눈여겨보자는 뜻에서 소개했던 나무. 몸에 좋다는 고로쇠나무 수액이나 캐나다의 메이플시럽의 원료 모두가 단풍나무과에서 채취한다.

프로펠러  모양의 단풍나무 열매. 다 익으면 2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 부분이 갈라져 제각각 어미 품을 떠난다. 이렇게 날개 달린 열매를, 날개 시를 쓴 시과(翅果)라고 한다.

<33> 괭이밥

괭이밥과. 고양이가 소화되지 않을 때 뜯어먹는 식물. 옥살산이라는 독성이 고양이에게 구토를 유발해, 위 안에 남은 소화시키지 못한 자신의 털 등을 토해낸다.

빛에 민감해서 흐리거나 그늘이 지면 꽃을 닫는 괭이밥. 하늘 향한 열매는 육모방망이처럼 각이 진다. 다 익으면 봉합선을 따라 갈라지면서 씨앗이 나온다.

<33> 노랑선씀바귀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단위생식, 단위결실을 한다. 수분이나 수정 과정 없이도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고들빼기와 함께 쓴맛을 대표하는 나물이다. 동서양 모두 인생에서 가장 쓴 것으로 인내를 꼽는다.

국화과 식물 열매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은 마른  씨앗인 수과(瘦果)이고, 관모가 매달려 있다는 점이다. 노랑선씀바귀도 마찬가지.


제비꽃

제비꽃과. 여러해살이풀. 너무나 많아 구분하기가 가장 어려운 야생화. 그래서 <골목길 야생화 >에서 소개하지 못 한 꽃. 열매 모습에 더 마음이 끌리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제비꽃이 보도블록 틈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30개 안팎의 씨앗을 드러내 햇빛에 익히고 있다. 씨앗이 다 익으면, 저 꼬투리를 오므리며 씨앗을 멀리 보낸다. 눈물겹다.


■ 열매와 씨앗

꽃가루받이와 수정의 결과물이 바로 열매와 씨앗입니다. 열매라고 하면 먹을 수 있는 것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식용 여부와는 상관없이 꽃 피우고 난 뒤 생기는 것이 열매입니다.

씨앗 또한 식용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후손을 이어갈 핵심 중 핵심이지요.


복숭아나 사과처럼 우리가 맛있게 먹는 부분은 열매를 이루는 겉껍질, 가운데껍질, 속껍질 중, 살과 물이 많이 들어 있는 가운데껍질, 즉 '과육'입니다.

물론 도토리나 , 호두 열매는 씨앗을 먹기도 해요.
그럼에도 동물과 사람에게 먹히고 남은 씨앗들이 대를 이어갑니다.


이동이 불가능한 식물은 씨앗을 퍼뜨릴 목적으로 기꺼이 동물의 먹이를 생산해 일생에 딱 한 차례 이동합니다. 맛있는 과육을 만들되 씨앗은 못 먹게 하거나, 먹더라도 그냥 배설하게 만들지요. 사과, 배, 감 등이 그렇습니다.

과육은 씨앗을 운반해 줄 동물을 유인하는 미끼이자, 운반에 따른 대가이지요.


처음엔 녹색이었던 어린 열매는 익어가면서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오렌지색 등으로 변합니다. 곱게 보이려고 치장한 색이라기보다는 새나 다람쥐 같은 동물의 눈에 잘 띄는 색이지요. 저마다 다른 색과 과육을 좋아하는 동물들은 열매를 먹되, 소화가 어려운 단단한 씨앗은 창자를 통해 배설합니다.

잠시나마 따뜻한 새의 위장에 머물면서 소화액으로 겉껍질이 부드러워지면 싹을 틔우기 쉽겠지요.

산삼의 종류 중 천종삼(天種蔘), 혹은 지종삼(地種蔘) 바로 하늘을 날던 새나 지상 동물배설물 속에 든 산삼 씨앗이 자란 것을 일컫는다네요.


열매를 먹는 동물은 맛난 먹을거리를 얻는 대신 씨앗을 운반해 주고, 식물은 씨앗을 운반하는 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윈윈(win-win) 관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 '쉬어가기(2)'는, 독자분들에게 머리를 식힐 겸 가벼운 복습 코너로 만들겠다는 게 처음 의도였습니다.

결과는?

독자분들도 쉬어가지 못하게 만든 듯하고, 저 역시나 쉬기는커녕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진이 엉성해도, 골목골목을 누비며 제 손으로 직접 찍기 위해 노력했어요. 

들꽃사랑연구회 도움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가는 꽃 없다!

꽃이나 나무의 궁극적 목표는 생식, 번식, 후손 남기기입니다. 이는 동물도 인간도 다르지 않지요.

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물인 씨앗은 더 중요하기에 꽃은 거의 순간적으로 피었다 져요.

이게 자연의 원리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한 물밑 작업에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요. 


원리를 인간사회에 대해서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을 추가해  말합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열흘 가는 꽃 없고, 10년 가는 권세 없다'는 뜻이지요.

한국의 정치 상황맞아떨어지는가요?

권불오년으로 제도화되어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으로 위안을 삼는 분도 많더군요.


판단은 언제나 자유입니다.


2024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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