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밭골샌님 May 22. 2024

골목길 야생화 40 매발톱

사나운 새, 매의 날카로운 발톱처럼 생긴ᆢ


매발톱


"꽃이 뭐예요?"

어린 자녀나 손주들이 이런 돌발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이 알아듣도록 설명하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꽃이 꽃이지 뭐꼬!

~~1


조금은 진지한 분이라면, 국어사전을 찾을 겁니다.


꽃[꼳]명 1. [식] 식물의 가지나 줄기 끝에 반구형(半形) 또는 나팔 모양으로 피는, 생식을 위한 기관. 모양과 빛깔이 여러 가지이며, 꽃받침· 꽃잎· 암술·수술로 이루어짐. 세는 단위는 포기 · 송이 · 떨기 · 다발. 묶음.  

2. 가지나 줄기에 생식 기관을  피우는 화초나  관목.   또는, 1이 달린 그 가지나 줄기.

3. "젊은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중요하고 핵심적인 존재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5.홍역 등을 앓을 때, 살갗에 좁쌀처럼 발긋발긋 돋는 것.

6.재래식 간장이나 된장이나 고추장에 하얗게 피는 곰팡이.

- <뉴에이스 국어사전>, 금성출판사


1번이 질문에 대한 답이죠?

식물의 가지나 줄기 끝에 반구형(半球形) 또는  나팔 모양으로 피는, 생식을 위한 기관.

모양과 빛깔이 여러 가지이며, 꽃받침· 꽃잎· 암술·수술로 이루어짐. 세는 단위는 포기 · 송이 · 떨기 · 다발. 묶음.

우리동네표 매발톱.

 사전을 인용해 아이에게 설명해 주면 만족할까요?


평소 식물에 관심을 는 분이라면, 두꺼운 식물도감을 찾으시겠지요.

놀랍게도 식물도감이나 관련 도서 뒤쪽에 있는 용어해설 난에, '꽃'을 정의한 책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를 인용합니다.


속씨식물의 생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본적으로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의 네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花), flower라고도 한다. 꽃은 정받이가 이루어지면 열매와 씨앗이 자란다.

- <꽃 책>, 윤주복 지음


위의 국어사전이나, 용어해설을 달달 외워 설명해 줘도,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150년 전쯤, 어린이를 위해 <식물기>를 쓴 프랑스 사람인 저자는 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풍부한 색감과 아름다운 형태에도 꽃은 본디 잎 달린 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길이가 아주 짧아지고 잎은 새로운 기능을 위해 변형되었다. 독보적 예술가인 자연이 온갖 난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섬세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재료는 보통의 투박한 가지에 쓰인 것과 다르지 않다. 가지와 잎.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원래 있던 것을 정교하게 조작하여 꽃을 만들어냈다. 가지가 짧아지고 잎이 장미 모양으로 둘러나면 기적의 작업이 다 끝난다. 이렇게 한 식물에서 두 종류의 가지가 발견된다. 하나는 식량 조달자로 설계되어 개체의 보존과 현재의 필요를 채운다. 녹색 잎을 단 가지가 그 일을 한다.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해 설계되어 종의 보전을 위해 번식을 꾀하니, 우리가 꽃이라 부르는 변형된 가지가 그것이다.

- <파브르 식물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조은영


국내, 저자분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꽃은 잎이 변형된 것의 집합체로, 꽃을 구성하는 요소인 암술, 수술, 꽃부리, 꽃받침은 특수한 잎이라고 생각하여, 이들을 총칭해서 화엽(花葉, floral  leaf)이라고 한다. 즉, 꽃은 줄기의 일부가 특수화하여 생긴 꽃턱에, 잎의 변형인 몇 개의 화엽이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엽은 보통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 <그림으로 보는 식물용어사전>, 이광만/소경자 지음


꽃의 구조

꽃은 잎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열매와 씨앗을 만들어서 자손을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식물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제각각 다르다. 보통 꽃은 꽃받침, 꽃잎, 암술, 수술의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꽃받침과 꽃잎은 꽃 가운데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보호 기관이다. 특히 꽃잎은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 등으로 꽃가루받이를 시켜 주는 곤충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암술과 수술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와 씨앗을 만들어 자손을 퍼뜨리는 중요한 번식 기관이다.

- 앞의 <꽃 책>, 윤주복 지음


세 가지 버전으로 꽃을 설명하고자 했는데, 만족스럽습니까?

멍~~2


그렇습니다.

기본 중 기본인 것들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꽃이 꽃이지 머꼬?

이게 차라리 쉽군요.


오래도록 꽃은 꽃이다라는, 동어반복(同語反復)이 답으로 통용되어 왔습니다, 질문한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드최악의 답이기도 합니다.


설명에 등장하는 낱말이 어려운 아이들.

암술이 뭔가요?

수술의 반대!

수술은요?

암술의 반대!

멍~~3


이런 질문과 대답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겠어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매발톱.


이게 바로 움켜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꽃잎 뒤쪽에 보면 튀어나온 ‘꽃뿔’이 있어요.
전문용어로는 ‘거(距)’라고 하는데, 꿀주머니가 들어 있죠.

이 꽃뿔 모양이 매가 먹이를 움켜쥔(grab) 발톱처럼 생겨 매발톱. 서양에서는 독수리의 발톱으로 생각한대요.


사나운 매가 먹이를 채갈 때, 움켜쥔  발톱 모양이라고 해서 매발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발톱 설명 들어갑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100cm
한국, 중국, 시베리아 동부에 분포합니다.
산골짜기 양지쪽에서 자라요.
뿌리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길어요.


잎줄기가 3갈래로 갈라지고 거기서 각각 3장의 작은잎이 나오죠.
이걸 ‘2회3출겹잎’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써요.
작은잎은 넓은 쐐기꼴. 뒷면은 흰색.
줄기에 달린 잎은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집니다.

애기 주먹만 한 꽃이 5~7월에 피는데요.
지름 3cm 정도이며 자줏빛을 띤 갈색.
가지 끝에서 아래를 향하여 달립니다.
꽃잎 같은 갈색 꽃받침 조각이 5개로 길이 2cm 정도.
그 안쪽 꽃잎은 5장이고 누른빛을 띠며 길이 12∼15mm.
수술은 많고, 암술은 5개.

꽃잎 밑동에 꽃뿔, 즉 꿀주머니가 있어요.
열매는 골돌과로서 5개이고 8~9월에 익습니다.

청산화합물 비슷한 독성을 갖고 있다니 절대 먹겠다고 입맛 다시지 말아야 합니다.

흰매발톱, 노랑매발톱, 하늘매발톱이 사촌.


꽃의 색은 다양하다. 하늘매발톱은 보라색 꽃을 피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시중엔 다양한 색깔의 품종이 속속 선보이고 있어요. 원예종은 움켜쥐어야 할 꽃뿔이 헬렐레~ 풀어져 있거나 하늘을 향해 피는 게 많죠.

루두채(耬斗菜), 첨악루두채(尖萼耧斗菜)라고도 부르고요.

서양에선 '성모의 장갑', ‘삐에로의 달’이라고 부른다네요.

색깔에 따라 꽃말이 다르다는데요.
보라색은 승리의 맹세, 버림받은 여인.
빨간색은 미덕, 결백, 염려.
색은 우둔, 바람둥이, 어리석음.

저 많은 꽃말 중 '우둔'과 '바람둥이'에 눈길이 가네요.
바람둥이란 원래 움켜쥐기보다는 놓아주기(release)를 잘하는 선수들인데ᆢ.
움켜쥐고 놓을 줄 모른다면 우둔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죠.


원예종은 뒤의 꽃뿔이 풀린다고 한다. 예쁘고 아름답기는 마찬가지. 사진 = 미소 태양님 블로그.


움켜쥔다는 것은 여러모로 어리석은 것이자 손해라고, 옛 성현분들은 말씀하셨어요.

그 예를 들어 볼게요. 2013년에 일어난 실화입니다.


"대통령을 수행하러 미국으로 건너간 청와대 대변인이 한 여성의 엉덩이를 'Grab'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고위 공직자는 사건 발생 뒤 급거 귀국했고 청와대는 그를 즉시 경질했다. 현지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의 허락 없이 엉덩이를 grab"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단어 'grab'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몇몇 언론은 이를 '만졌다'로 해석했으나, grab과 touch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영어사전은 'grab(그랩, 와락, 혹은 단단히 붙잡다, 움켜잡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성의 특정 부위를 grab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건 touch(터치, 만지다)와는 어감이 사뭇 다르다.

touch든 grab이든, 상대의 동의 없이 해당 행위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성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이건 불법이나 위법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의 잘못된 grab으로 수치심을 느낀 것은 비단 상대 여성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의 이름으로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방 국가를 방문한 고위 공직자의 grab 한 번이 대한민국 국민과 그들 모두의 이름에 먹칠을 한 셈이다."

- 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이 사건의 파문이 어느 정도였는지 볼까요.


"⑧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성추행 스캔들. 그랩(grab)과 터치(touch), 올 한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단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중 재미교포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사건이다. 국격이 추락한 국가적인 망신이었다."

 - 부산일보, 2013년 10대 뉴스


영자신문 기자 출신인 당사자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엉덩이를 움켜쥔(grab) 게 아니라, 허리를 툭 쳤다(touch)"


■■ '매발톱꽃'이 예전의 정식 명칭이었는데, 지금은 '매발톱'으로 표기하는 게 맞습니다.

꽃만을 칭할 때는 '매발톱 꽃'으로 띄어쓰기를 해야 합니다. 


매의 발톱처럼 동물의 부위가 그대로 식물 이름으로 쓰이는 식물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흔하지 않습니다..


꽃이 무엇인가?라는 매우 진지한 질문으로 출발해, 지저분하고 민망이야기로 이어졌군요.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애꿎은 매발톱 꽃에게는 더욱더 미안하네요.


2024년 5월 22일.


작가의 이전글 골목길 야생화 39 돌나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