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야생화>에서 다룬 것으로는 할미꽃, 소나무, 찔레꽃(한국), 개나리(인도), 목련(유럽), 민들레(유럽), 복수초(일본), 진달래(중국)가 전설을 갖고 있더군요.
이야기가 얽힌 꽃은 그만큼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했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동네표 인동덩굴의 꽃. 금꽃과 은꽃이 한 가지에 피어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인동덩굴 꽃에도 전설이 있을 법한 느낌이 들죠?
쌍둥이처럼 한 가지에서 흰꽃이 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빛으로 변해요. 꽃향기마저 훌륭. 줄기, 잎, 꽃, 열매 모두가 약재인 데다 꽃은 술과 차로도 일품.
이러한 사실에 살을 붙이면, 전설은 완성됩니다.
금슬 좋은 부부. 안타깝게도 아들이 없어 치성. 드디어 딸 쌍둥이 탄생. 이름은 금화, 은화. 사이좋은 자매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약속. 어느덧 혼기. 혼처가 나타나도 떨어지기 싫어 거절. 언니와 동생이 열병. 죽기 전 아픈 사람 낫게 하는 약초가 되자고 맹세. 어릴 적 약속대로 함께 숨을 거둠. 자매의 무덤가에서 꽃이 피어남. 열병에 걸린 동네 사람들, 이것으로 완치. 죽기 전 맹세대로 약초가 되어 금은화.
이야기는 완성된 거죠?
겨우살이덩굴이라 금은등(金銀藤), 금꽃 은꽃이 함께하니 금은화(金銀花), 겨울에도 푸르니 인동(忍冬), 풀처럼 보이기도 하니 인동초(忍冬草). 꽃이 해오라기 나는 듯하니 노사등(鷺鷥藤), 수술이 노인의 수염 같다고 해서 노옹수(老翁鬚), 귀신과도 통하는 영험이 있다 하여 통영초(通靈草), 덩굴이 왼쪽으로 감겨 좌전등(左纏藤). 꿀도 많아 밀보화.
이름이 여러 가지라면 그만큼 중요하고 환영받는다는 뜻이겠지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일컬어 인동초라고도 했어요.고난의 세월을 인동초처럼 이겨내고 일어서서 그렇겠죠.
풀처럼 생겼지만 덩굴성 관목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인동덩굴 생태 설명 시작합니다.
인동과에 속하는 반상록활엽 덩굴성관목.
반상록(半常綠闊葉)이란, 겨울철 따뜻한 지역에선 푸른 잎을 달고, 추운 지역에서는 낙엽 지는 넓은 잎 식물을 뜻합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겨울에 꽃을 피우기까지 한답니다.
덩굴성관목은 덩굴로 다른 것을 감고 올라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키 작은 떨기나무.
풀이 아니고 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산 곳곳에 자라요. 키는 2~4m. 잎은 타원형이며 길이가 3~8㎝, 폭이 1~3㎝.
꽃은 순백색으로 피었다가노란색으로 변한 뒤 시들어요. 잎겨드랑이에서 2개씩 달립니다. 화관은 길이 3~4cm의 입술 모양. 1개는 길게 갈라져 뒤로 말립니다. 겉에는 털이 있고, 안쪽에는 누운 털이 있어요.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 암술머리가 투명한 옥구슬 같아 신기해요.
열매는 9~10월에 검은색으로 익어요. 지름이 7~8㎜ 정도로 둥근 모양.
집안에서 키워도 좋대요.감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줘야 멋있답니다.
노란 꽃을 말려 차로 먹는데 은은한 향과 함께 맛도 일품.
민간에서는 해독, 이뇨, 미용 작용이 있다고 여겨 금은화로 인동차, 인동주를 담갔답니다. 귀신을 다스리는 명약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인동덩굴 열매. 은화자라는 이름으로 약재로 쓰인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한의학에서는 잎을 인동등(忍冬藤), 꽃봉오리를 금은화(金銀花), 인동덩굴 열매를 은화자(銀花子), 꽃봉오리의 수증기 증류액을 금은화로(金銀花露)라는 이름의 약재로 쓴답니다.
꽃말은 '사랑의 인연', '헌신적 사랑', '사랑의 굴레'.
수술 5개, 암술 1개. 암술머리가 투명한 옥구슬 같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인동덩굴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인동덩굴을 영어로 골드실버플라워(Gold silver flower) 즉 금은화라고 부르는데요. 서양에 있는 인동 친척들에게는 덩굴성나무라는 뜻으로 우드바인(Woodvine), 꽃 모양 따라 트럼펫꽃(Trumpet flower), 꿀이 많아 허니서클(Honeysuckle)이라 부른답니다.
■ 이토록 광범위하게 분포된 인동덩굴이 문화적인 용도로 쓰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인동덩굴문양이라는 게 있어요.
박물관에 가면 도자기나 기와 같은 곳에 새겨진 것들을 볼 수 있는데요.
"꽃무늬와 덩굴무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형식의 장식무늬로 당초문(唐草紋)의 일종이다.
덩굴문은 고대 이집트에서 발생하여 그리스에서 완성되었으며 북아프리카,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서아시아, 페르시아 등의 제국과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이 덩굴은 겨울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덩굴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뻗어나가기 때문에 장수를 상징하게 되었다. 토기나 도자기 등에 장식되었다."
- 네이버 사전
강서대묘 고분 벽화에 새겨진 인동초문
"고대 이집트를 시작으로 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 찬란 한 고대 문명을 꽃피운 많은 곳에서 건축이나 공예의 장식 문양으로 인동 꽃을 썼다. 이 조각 기법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평안남도 강서 지방의 고구려 중묘 벽화와 중화 지역의 진파리 제1호 고분 벽화에도 인동 무늬가 새겨져 있어 이를 입증하고 있고 인동 무늬를 아로새긴 기와나 청자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동 문양은 삼국 시대에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까지 소개되어 그 유명한 일본의 법륭사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 이유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인동문 혹은 인동당초문, 사진으로 대신할게요.
인동당초문. 덩굴과 꽃이 뻗어나가면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문양이다.
■ ■ 결혼식 주례가 신랑 신부에게 건네는'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라'는 덕담은 오래도록 사랑하며 살라는 당부겠죠?
금은화의 꽃말, '헌신적 사랑'을 본따 '헌신적 사랑의 끝에는 황금이 있다'고 한다면, 이 세상 모든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무지무지 사랑하지 않을까요?
그 황금이란 게,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뿌리가 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