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는 박주가리의 꽃이 핀 전초(全草)나뿌리(根)를 햇볕에 말린 것을 나마(蘿藦), 열매는 나마자(蘿藦子), 열매껍질은 천장각(天漿殼)이라는 이름의 약재로 썼답니다.
강장, 강정, 해독의 효능이 있다고 하네요.
학명은 메타플렉시스 야포니카(Metaplexis japonica).
메타플렉시스(Metaplexis)는 라틴어로 ‘뒤얽힘'이라는 뜻으로 '덩굴', 종명 야포니카(japonica)는 '일본'을 뜻해요.
영어명은 '거친 감자'라는 뜻의 러프 포테이토(Rough potato). 또는 '우윳빛 유액'이 나오는 식물을 통칭하는 밀크위드(Milkweed)라고도 부릅니다.
꽃말은 ‘긴 여행’.
■ 박주가리의 유액이 독성물질이라고 했죠?
이걸 먹은 곤충은 심장이나 전신이 마비될 정도로 치명적.
그래서 다른 곤충은 감히 접근조차 못 하지만, ‘왕나비’의 애벌레는 박주가리 잎을 먹고 자라요. 나중 왕나비가 되어도 독성이 그대로 몸에 남아 있다네요. 왕나비를 잡아먹은 새도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
새들에게 왕나비는 절대로 먹어선 안 되는 곤충으로 대대손손 각인되겠죠.
그런데 크기나 색깔, 무늬가 왕나비와 매우 닮은 '총독나비'가있다는데요. 포식자인 새들은 총독나비도 무서워 못 먹는대요.
박주가리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독성물질. 그것을 독식할 수 있는 왕나비 애벌레. 어미가 된 왕나비를 흉내 낸 짝퉁,총독나비. 결국 최대의 수혜자는 박주가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총독나비가 되는 셈이죠?
제주왕나비가 등골나물 꽃에서 꿀을 빨고 있다. 사진= Judy님의 블로그.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왕나비(Parantica sita)는 제주왕나비라고 불리는데요.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부지방 저지대에서도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해요. 제주왕나비는 날개를 편 길이가 10 cm에 달하는 대형종인 데다, 날개와 몸통에 그려진 무늬가 화려하고 아름다워 '왕'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나비랍니다.
왕나비류는 장거리 이동의 왕이기도 해요. 제주왕나비만 해도애벌레로 제주에서 겨울을나고 성충이 된 뒤, 중부 지방까지 1000km 이상을 비행합니다.
세계적으로는 제왕나비(Danaus plexippus), 또는 군주나비라고 불리는 나비가 '제왕'이라는 이름값을 합니다. 겨울을 앞두고 캐나다에서 출발해 멕시코까지 3200km~ 5000km를 날아갑니다. 이동 성공률은 30%.
힘겹게 따뜻한 멕시코에 도착한 제왕나비들은 짝짓기를 하고는 이내 죽어요.
그 2세들이 봄에 부화해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요. 이동 중에도 번식을 하죠. 그 2세, 그러니까 3세 또한 비행을 이어받아 결국은 목적지인 캐나다에 도달해 여름철을 살다가 다시 가을에 멕시코로 간답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은 30% 확률로 장거리 비행에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구했대요.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제왕나비의 특이한 날개 무늬가 이들의 장거리 여행을 돕는다"라고 발표했어요.
대부분의 제왕나비는 주황색 바탕에 검은 테두리, 그리고 테두리 안 흰색 반점으로 이뤄진 날개를 갖고 있어요. 연구진이 대이동에 성공한 제왕나비를 살핀 결과, 날개 테두리 안에 흰 반점이 많을수록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연구진은 바닷새 중 흰 깃털에 검은색 테두리의 날개를 가진 새일수록 날개 안에 온도 차이가 많이 생겨 공기 저항이 낮아지기 때문에 더 먼 거리를 쉽게 날아갈 수 있다는 이전 연구를 발견했어요.
이 원리가 제왕나비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추측한 연구진은 날개에 흰색 반점이 많을수록 검은 테두리와 온도 차이가 많이 생겨 공기 저항이 감소하기 때문에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 <소년조선일보>, 2023년 7월 11일 자.
박주가리의 꽃말이 무엇이라고 했죠?
'먼 여행'!
소름 돋지 않나요?
애벌레 때 박주가리의 독성물질을 먹고 자란 왕나비류가 결국은 '먼 여행'의 제왕으로 등극한다니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