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문장만 필사하겠다.'라고 마음먹고 필사를 하더라도 지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의 머리와 손을 거쳐 쓰인 글을 내 손으로 따라가는 것은 따분하다. 베스트셀러라고 다르지 않다. 내 감정과 의식이 대입되지 않으면 빈 껍데기 문장이다. 겉핥기는 언제나 겉돈다. 흥미롭지 않다. 필사를 그만둬야 하는 명분이 하나 둘 생긴다.
오늘 필사 글에서는 강력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고군분투보다는 딴청과 쉼을 권했다. 문장에서 완전히 탈출하여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라 했다. 쓴 글을 다시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필사도 비슷하다.
지치면 잠깐 멈추자.
하루를 이유 없이 건너뛰어 보자. 쉬면서 필사 전후의 나를 떠올려 보자. 어떤 변화가 있었고 무엇이 좋았는지 자문해 보자. 며칠 동안 썼던 필사를 감상하자.
속도를 늦추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필사 시간이 길다면 글의 양을 줄여 보자. 손가락이 아프다면 힘을 빼고 천천히 써 보자. 빨리 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얼마나 빨리 책을 베끼는가가 목적이 아니다.
필사 환경도 바꾸어 보자.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써보자. 조용함보다는 재즈나 피아노 곡을 틀어 귀를 즐겁게 하자. 밝은 조도에서 은은한 조명으로 바꿔보자. 문구점에 가서 그립감이 좋은 펜을 골라보자. 싸구려 종이보다는 최고급 노트에 적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