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글씨 연습을 위한 필사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작가의 이야기나 아름다운 문장에 마음이 쏠리면 곧바로 엉뚱한 글씨가 나온다. 외부의 잡음이나 필사 방송의 배경음악에 귀를 쫑긋하다가는 펜도 삐끗한다. 거실에서 풍겨오는 프라이드치킨 냄새에 코가 움찔한다면 손가락도 덩달아 흠칫한다. 주위의 유혹에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필사를 필사적으로 하자.
짧은 시간 동안 최대의 스파크를 내보자. 오로지 책 속의 텍스트와 내가 쓰는 텍스트에만 몰두하자. 이 시간만큼은 입과 귀를 닫고 세상에서 멀어지자. 하루 종일 타인을 위해 시간을 썼다면 필사 시간만큼은 나를 위해 소비하자.
필사는 힐링 타임이다.
힐링은 멀리 있지 않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거나 값비싼 음악회 티켓은 필요 없다. 집 떠나 몇 시간 운전을 하고 산속이나 바닷가에서의 차박은 쓸모없다. 백화점 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은 돈 낭비, 시간 낭비다. 순간은 기분 좋지만 곧 후회한다. 사놓고 쓰지 않은 물건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진정한 힐링은 잡념을 없애고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잠시라도 가족과 친구 그리고 얽히고설킨 이 세상과 떨어지자. 아무도 당신을 찾지 않고 당신도 누군가를 보살필 필요가 없는 시간을 늘려가자. 오직 책을 대상으로 교감하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필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