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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Jun 16. 2024

울퉁불퉁한 글씨 교정의 길

필사 일기 2024.6.16. 일. 강한 햇빛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23P

내용

어쨌거나 포장도로만 달리는 문장으로는 매력 있는 글을 만들 수 없다. 울퉁불퉁 걸음이 멈추고 속도를 늦추게 하는 장애물, 명시성이 강한 그 무엇이 글 속에 도사리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문장 감각이기도 해서 알아차리고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그때까지 손을 부지런히 놀리고 머리로는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나를 최대한 준비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6명의 필우,중성펜,가로줄 노트,정자체,14분

https://youtube.com/live/OqdMe5d_PsM?feature=share

글씨 교정의 여정도 울퉁불퉁하다.


 시작은 순조롭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친다. 머릿속에 있는 글씨는 손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같은 몸인데 뇌와 손의 거리는 너무 멀다. 노트에 쓰는 획은 교본의 그것과 다르다. 금세 고치는 거라 예상치 않았지만, 선 하나 제대로 긋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손가락은 왜 그렇게 굳어 있는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획 연습을 지나 자음과 모음 쓰기는 점입가경이다. 획 길이는 짧았다 길어졌다를 반복한다. 백지에 점 하나 찍기가 두렵다. 초성과 종성에 따라 변하는 자음의 모양은 수학 공식보다 더 어렵다. 꺾고, 돌리고, 삐쳐야 하는데 펜은 바로 탈선이다. '대충 써서 알아만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슬 피어오른다. 교본 속 자음과 모음의 모양새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자모음으로 한 글자를 완성하는 과정은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획 연습과 자모음 쓰기가 'T' 코스라면 한 글자는 '도로주행'이다. 잠시 희망을 보였던 운전 실력은 길거리의 신호등과 표지판에 얼음으로 변한다. 획과 자모음 연습으로 감 잡았나 했는데 원래 글씨체가 불쑥 튀어나온다. 오도 가도 못하고 두리번거린다. 방황은 글씨에 반영된다. 글씨를 잘 써보겠다는 꿈은 불가능해 보인다.


 작가는 오늘 글에서, 매력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문장 감각을 키워라고 했다. 시간이 걸리니 조급하지 말고 손으로 부지런히 쓰라고 당부했다.


 글씨도 똑같다.

개성 있는 글씨를 가지기 위해서는 글씨 감각을 키워야 한다. 한 달 꼬박 연습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거칠고 고르지 않는 교정 과정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이다. 더딘 속도에 초조하지 말고 손을 끊임없이 움직여 보자.



태어나면서부터 명필은 없다.

연습 또 연습이 답이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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