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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Jun 24. 2024

필사는 극기훈련

필사 일기 2024.6.23. 일. 흐리다 갬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24p

내용

내 작품을 못쓰고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어린 수도승이 몇 달 몇 년 동안 마당을 쓸고 방에 불을 때는 것과 비슷하다. 노스승은 그런 과정을 수행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은 것을 견디고 난 뒤에야 큰 것도 이길 수 있다. 무엇보다 손으로 익힌 일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오래 지속할 어떤 비밀을 은밀하게 전수한다고 믿는다.

14분,13명의 필우,싸인펜,정자체,가로줄 노트

https://youtube.com/live/9d1Tth134Bs?feature=share

필사는 극기훈련이다.


 정해진 시간과 분량으로 필사를 하다 보면 몇 가지 통증을 겪는다. 몇 분 동안 정자세로 앉아 글씨 쓰는 일이 고행처럼 느껴진다. 엉덩이는 배기고 허리는 뻐근해진다. 뒷목은 뻣뻣하고 어깨는 결리기 시작한다. '사서 고생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작 펜 잡고 글씨 쓰는 일인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손가락에 신경이 간다. 펜을 잡은 엄지와 검지는 긴장으로 힘이 잔뜩이다. 펜을 떠받치는 중지는 부어오른다. 초보는 늘 몸이 앞선다. 여유는 없고 몸은 점점 굳어간다. 잘 쓰기 위한 몸부림이 몸살로 변하기 일쑤다. 수련과 정진에 고통은 필수라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지만, 글씨는 제자리걸음이다. 이게 맞나 싶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피로가 생긴다. 피로가 저항하며 근육이 생기고 체력은 향상된다. 그렇지만 피로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슬기롭게 푸는 것도 중요하다.


 손가락을 자주 푼다. 그립을 돌려가며 잡는다. 펜 밑동과 그 위를 번갈아 잡는다. 몇 분의 잠깐이지만 글씨에 치중하다 보면 손가락에 힘이 쏠리기 마련이다. 엄지와 검지는 하얗게 되고 중지는 벌겋게 변한다. 이때는 잠깐 힘을 풀고 펜을 다시 잡아본다. 기구 운동의 수축과 이완처럼 힘 조절을 반복한다. 손가락이 편해야 글씨를 오래 쓴다.


 글씨 쓰기 전, 한 가지 목표를 정해 본다. '오늘은 무조건 펜을 살포시 잡고 쓰겠다'라고 정한다. 글씨 쓰는 내내 머릿속에 남겨둔다. 잠재의식은 행동을 조절한다. 익숙해질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한다.


 손목의 도움을 받는다. 손가락만으로 쓰기보다는 손목 움직임과 연계한다. 글자의 진행은 손목에 맡기고 손가락은 손목의 이동에 올라탄다. 손가락과 손목 사이의 힘 분배도 잊지 말아야 한다. 힘이 한 곳에 모이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필사는 힘들다.

고작 글씨가 아니라

극기훈련과 같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내 생각대로

내 몸이 바뀌도록

매일 연습하자.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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