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재능 있는 작가도 자기가 쓴 글을 수없이,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열 번 이상 퇴고한다. 십 년, 이십 년 써온 작가라도 예외가 아니다. 훌륭한 작가일수록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지다는 것을 잘 안다. 한 문장만 끼워 넣거나 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게 글이다. 그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거듭 읽고 수정하는 길밖에 없다.
오늘 필사 글에서, 유능한 작가는 몇 번씩 퇴고를 하고 단어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했다. 한 단어가 주는 변화의 묘미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여러 번 고치는 것이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어떨까? 이미 숙달된 기능이라 무심코 간직만 하고 있을까? 글씨를 계속 가꾸기는 할까? 계속 계발한다면 어떤 부분을 고치려 할까? 글씨를 다듬으며 깨달은 교훈은 뭘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글씨를 쓰고 있지만, 구독자 약 2만 명을 가진 글씨 채널 운영자로서, 2년 반 이상을 매일 필사로 글씨를 손질하고 있는 유튜버로서, 글씨 교본을 펀딩 하여 성공한 창작자로서, 글씨 관련 글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업로드하는 예비 작가로서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남겨본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응답이니 읽는 이가 가려 취했으면 좋겠다.
하루를 건너 글씨를 써보면 확연히 다르다. 획은 더디고 모양은 잡히지 않는다. 겨우 하루인데 손이 굳었다. 매일 쓰지 않고 잘 쓰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습득한 기술이라도 계속 갈고닦아야 드러난다. 조이고, 닦고, 기름치는 게 자동차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늘 변화를 시도한다. 문구점 단골이 된다. 다양한 펜으로 써 보는 건 기본이다. 노트 칸의 변화는 필수다. 미세한 획의 변화와 힘 분배의 조절은 꼭 해본다. 발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에 착 달라붙을 때까지 펜과 노트와 힘을 아끼지 않는다.
그날의 글씨를 퇴고하고 잘 안된 부분은 다음날 꼭 반영한다. 글씨 쓰는 내내 이를 염두에 두고 하루의 목표치와 달성 정도를 체크한다. 잘 될 때까지 매일 반복한다.
경매 낙찰은 세상에서 제일 쉽다. 낙찰가 보다 높게 쓰면 바로 성공이다. 낙찰을 위해 공부를 하지만 목표는 이게 아니다. 최저가 낙찰을 위해 열공한다. 글씨도 같다. 악필은 너무 쉽다. 손 가는 대로 쓰면 그만이다. 더 나은 글씨를 위해 맹연습이지만 목표는 이게 아니다. 정성 가득하고 읽기 좋은 글씨가 목표다.늘 목표를 생각한다. 대체로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머릿속 글씨가 명확해야 한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씨의 정보가 뚜렷하면 할수록 좋다. 그다음은 많이 쓰고 고치는 일이 전부다. 딱히 뾰족한 묘수가 없다. 펜을 들고 쓰는 수밖에. 가능하다면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