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를 충분히 한 다음 풀어나간 글에는 저절로 논리와 아름다움이 생긴다. 우리가 읽는 훌륭한 글들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황현산 평론가의 <밤은 선생이다>가 예상외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가나 시인보다 평론가의 글은 덜 읽는 추세인데 그 책은 꾸준히 팔려나가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늘 글에서처럼, 긴 사고 후에 나온 글에 논리와 아름다움이 묻어나듯이 획의 시작과 끝에 정성 가득한 글씨는 단정함이 묻어난다.
잘 쓴 글씨란, 멀리서 보았을 때는 오와 열이 가지런하고 띄어쓰기가 분명하여 정돈되고 읽기 편한 글씨고,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는 획의 시작과 마무리에 혼이 있어 선이 분명한 글씨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글씨 교정을 위해서는 획 하나부터 집중해야 한다.
평소, 아무런 의지 없이 흘려 쓰기에 익숙하다면 획의 시작과 끝의 규칙을 정해 가로, 세로획부터 연습해야 한다. 정리된 가로획과 세로획을 쓸 수 있다면 자음과 모음으로 확장한다. 각 음운마다 특징이 있어 적절한 시작과 맺음을 적용해 계속 익혀 나간다.
자음과 모음 쓰기에 자신감이 있다면 자모음의 결합, 즉 한 글자 쓰기로 넘어간다. 그 결합으로 만들 수 있는 글자 수가 무려 110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참으로 신비로운 문자다. 그렇다고 모든 글자를 연습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금이다. 자주 쓰는 몇 글자만 골라 연습해도 충분하다. 다만, 자모음을 따로 쓸 때와 조합하여 쓸 때는 획의 시작과 끝의 위치가 다름을 인지해야 한다. 각각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위치를 잡아야 한다. 정해놓은 규칙은 없다. 많이 써 보며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배치를 찾아 반복 연습을 하는 수밖에.
그다음은 단어 연습이다. 글자와 글자가 만나는 순간이다. 자모음의 공간처럼 글자 간의 공간 유지도 필수다. 획의 시작과 끝에 신경 쓰며 글자 간격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 글자의 시작 지점이 가장 핵심인데, 비슷한 글자 크기와 일정한 자간을 유지를 위해 시작점이 가장 중요하다.
단어 다음은 문장인데, 문장을 쓸 때는 띄어쓰기 간격이 핵심이다. 균일한 간격 유지가 악필과 명필을 가르는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 문장을 써보며 가장 보기 좋은 간격을 찾는다.
이제 다 왔다.
지금까지 잘 따라왔다면 과연 당신은 악필에서 벗어났을까?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글씨를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수만 번 활시위를 당기듯, 익힌 글씨를 담담히 쓰기 위해서는 계속 펜을 세워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글씨를 손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