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잡는 법

by 대사랑 biglovetv

'글씨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할 때면, 태권도처럼 각 단계별 품새가 있어 자신의 수준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가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히 제시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조차도 타고난 성향과 기질이 각각이고 성장환경에 따라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질진대.. 하물며 '글씨'라는, 유전자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후천적 요인이 대부분인,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을 태권도의 띠 색깔과 같이 일편의 기준으로 구분한다는 것도 참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헛헛한 웃음과 함께 결론 없이 서둘러 마무리 짓곤 했다.

하지만, 8자 스윙으로 유명한 골퍼 짐 퓨릭의 '내가 정상적인 스윙을 배우고 가졌다면 더 많은 우승을 했을 것이다 .'라는 인터뷰를 떠 올리며, 지극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아주 보편적이며 올바르다 할 수 있는 '펜 잡는 방법'에 대해 나의 생각을 나열함에 있어 한 외국인 골퍼의 인터뷰를 조그마한 명분으로 삼는다.


이 세상에 태어나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면 펜을 잡았을 것이고, 본능에 따라 펜을 움켜쥐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편한 쪽으로 진화해가는 또 다른 본능에 이끌려 지금의 펜 잡는 손 모양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젓가락을 X자로 잡으면 복 나간다는 잔소리를 그렇게 많이 듣고 자라도 11자로 바꾸어 잡지 않는 걸 보면, 본능이라는 것이 참으로 크고 견고한 물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먹고사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펜 잡는 요령을 바꾼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울뿐더러 대단한 결심마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본인의 글씨에 창피를 느껴 이번 기회에 꼭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나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올바른 펜 잡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니 맞고 틀리고의 논란은 없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오른손잡이라 오른손을 기준으로 설명하지만 왼손잡이의 경우에도 대칭으로 적용하면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따라오기 쉽도록 가급적 상세히 기술하였으니 꼭 직접 펜을 잡아 손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 읽기를 추천한다.



가장 먼저, 책상 위에 반듯하게 놓여 있는 연필을 손가락을 사용하여 집어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손목만 견고히 유지한 채 손바닥을 아래로 보게 하여 손을 축 늘어뜨린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중지를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이 세 손가락 만으로 펜의 몸통 부분을 잡아 연필심이 바닥을 향하게끔 들어 올린다.


펜을 잡은 손의 새끼손가락은 손날과 함께 갈고리 모양을 유지하며 받침대 역할을 한다. 받침이라고 하여 말뚝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글씨의 진행 방향과 속도에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유연함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손목의 방향 전환에 따라 손 전체가 일체감을 유지하면서 따로 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약지는 새끼손가락 위에 올라탐과 동시에 중지 전체를 받치며 서로를 견고히 잇는 역할을 한다. 이때 약지의 끝부분만 바닥에 닿도록 하여 앞서 언급한 새끼손가락의 역할을 돕는다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쓸 수가 있다. 사람마다 약지의 길이가 달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꼭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자.


중지의 손톱과 첫 번째 마디 사이의 제법 두툼한 살은 평생 동안 펜을 떠 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씨를 많이 쓰다 보면 이 부분이 계속 펜에 눌려져 변형이 생기거나 굳은살이 베이기도 한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의 여러 곳을 주기적으로 바꾸어 가며 펜을 잡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런 대비를 하지 못해 이 부분의 살이 꽤 부풀어 마치 조그마한 혹이 난 것처럼 보인다. 영광의 상처 정도로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 수 있지만 미리 인지하여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검지와 엄지는 같은 일을 한다. 연필이 놀아나지 않도록 그 양옆을 지그시 잡고 연필 무게를 함께 이용하여 중지 위에 빈틈이 없도록 올려놓는다. 글씨에 집중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이 두 손가락에 힘이 점점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손목을 경직시키고 중지에 무리한 힘을 가하여 손의 통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필자도 피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필자는 재발의 최소화를 위해 글씨를 쓸 때마다 이 두 손가락의 힘 조절에 의도적으로 신경을 쓴다. 가령, '오늘은 귀여운 꼬마의 통통한 볼을 잡는다는 기분으로 펜을 잡고 글씨를 써야지.'와 같은 자기 암시를 머리에 미리 새기는 것이다. 이 두 손가락의 힘 조절은 장문의 글을 수월하게 쓰기 위한 절대적 요소이기에, 억지스럽지 않고 견고하며 힘의 분배가 잘 되는 자기만의 잡기 요령을 터득하기를 권한다. 쓰는 도중에 손의 긴장을 자주 풀어 손가락의 힘을 빼고 연필과 중지가 맞닫는 부분을 조금씩 바꿔가며 연습한다. 이때 손가락 끝 감각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동시에 익혀 동일한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훈련임을 꼭 염두에 두자.


이렇게 연필을 잡고 난 후 연필심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닿게 한다. 이때 손목과 바닥이 이루는 각도는 45도~60도가 적당하다.

이 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연필심의 끝과 연필을 잡는 손가락의 사이가 멀어지게 되어 원하는 글씨를 구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젓가락의 윗부분을 잡고서는 세밀한 조작이 어려운 이유와 비슷한 것이다.

반대로, 그 각도가 45도보다 작아 세 손가락이 바닥을 향해 이동하게 되면 연필의 밑동을 잡게 되고 만다. 이는 글씨를 쓰는 가동 범위를 작게 하여 원활한 글씨 쓰기를 방해한다. 세밀한 글씨에는 효과적일 수도 있으나 조금이라도 큰 글씨 쓰는 경우에는 손 전체를 움직이며 쓸 수밖에 없다. 이 방법으로는 다양한 글씨체를 가지기 쉽지 않다.

특히, 글씨를 쓰는 동안 반드시 자신의 글씨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 상태를 살펴야 하는데, 이 방법은 엄지 손가락이 바닥 쪽으로 내려와 시야를 가리게 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더구나 시야 확보를 위해 고개와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이는 글씨를 쓰는 전체적인 자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반드시 본인의 현상태를 확인하여 하나씩 고쳐 나가야 한다. 시야 확보와 바른 자세를 가지기 위해서라도 손목의 각도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오늘은 글씨를 잘 쓰고자 함에 있어 가장 기본인 '펜 잡는 방법'에 대해 적어 보았다.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올바른 펜 잡기를 위한 여러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필자가 위에 나열한 몇 가지 사항을 꼭 체크하여 편안하게 펜을 잡기 바란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실행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최상의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펜을 잡고 노트를 써 내려가자.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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