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연습량

by 대사랑 biglovetv

다다익선, The more the better,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다.


“선생님, 하루에 글씨 연습을 얼마나 하면 좋을까요?”라는 '글씨 연습량'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연습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습니다.”라는 식의 대답은 피한다. 글씨를 바꾸는 데 있어 투입해야 하는 충분한 시간의 양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한여름 밤에 소나기 내리 듯이 한꺼번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바꾸는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필자도 한때는 글씨에 미쳐 책상 앞에 하루 종일 앉아 빈 노트를 다양한 글씨로 채워가며 연습해 보았지만, 며칠 동안만 효과가 유지될 뿐 어느새 나의 글씨는 예전 모습으로 돼 돌아가는 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씨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 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알맞은 연습량은 ‘매일 조금씩’이다. 글씨를 바꾸기 위한 연습을 건강한 체형을 위한 운동에 비유하자면, 보충제 섭취와 웨이트의 빠른 증가를 통해 단기간에 근육을 키워나가는 방법보다는 맨손 운동으로 시작해서 코어 근육까지 천천히 단련하며 근력은 물론 지구력과 유연성을 골고루 발달시켜 나가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헬스와 같이 PT가 항상 곁에 있어 운동 프로그램, 식단, 스케줄 관리 등 하나에서 열까지 코칭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글씨는 마땅한 선생님이 없다. 투자를 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온라인 강의와 교본을 구매해 전력을 다해 보지만 얼마 못 가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글씨를 바꾼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라며 헛된 목표를 잡은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매일 조금씩’ 연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성향과 처한 상황에 따라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글씨 쓰는 자체에 재미나 만족감을 느낀다면 자기 주도 연습이 가능하므로 방법 선택 시 이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매년 1월 1일 새벽,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마음먹었던 대단한 각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를 꼭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그 결정에 도움이 되고자,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연습량과 방법을 공유하려 한다. 이를 읽기 전에 '글씨를 잘 쓰기 위한 준비 3가지'의 내용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닮고자 하는 글씨체를 정했다면, 즉시 연습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주 안에 내 글씨가 확 바뀔 거라는 큰 기대보다는, 1년 후 나의 글씨와 지금 나의 글씨를 비교해 본다는 장기적이고 소극적 기대를 가지고 연습에 임하는 것이 좋다. 건강 유지를 위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씨는 평생을 두고 정진해야 하는 일종의 가벼운 의식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앞서 말한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하여 연습량을 '정량화'하는 것이 좋다. 가령, '하루에 30분' 정도나 '원고지 3장'은 꼭 쓰겠다는 식으로 명확화 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일상생활에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정하는 것이다. 하루 30분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상 시간을 앞당긴다거나 저녁 식사 후 습관적이던 TV 시청을 줄이는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이 또한 힘들다면, 일과 중에 펜과 종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쉬는 시간에 짬짬이 연습하면 된다. 필자는 학생 때부터 후자의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시간만 나면 노트의 빈 곳에 글씨를 마치 그리듯이 천천히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씨 연습을 위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쓸려고 하면 바로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머릿속에 담고 있는 글귀를 쓰기에는 한계가 있어, 쓸 거리가 금방 고갈되어 오래 연습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는 글씨 쓰는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이때, 본인의 애창곡 가사 또는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선택해 써 내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 그 내용의 일부분 또는 전체를 처음부터 그대로 따라 쓰는 필사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는 올해 초부터 책 한 권을 선택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필사를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꽤 많은 분들과 같이 하게 되었고, 그분들과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면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즐겁게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 하루 30분, 1페이지 정도의 수준으로 가볍게 필사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는 것도 한몫을 했다. 필사를 시작하고 5개월이 흐르는 사이 나의 글씨는, 너무 당연하게도, 훨씬 더 좋아졌고 긴 글도 수월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글씨 체력'도 키워졌다. 나의 손과 눈을 통해 작가의 문장과 생각이 고스란히 가슴에 새겨졌고 덕분에 문장력도 많이 좋아졌다. 글씨는 물론 나의 사고와 글솜씨도 성장한 것이다. 진정한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 든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글씨도 마라톤과 같다. 초반에 너무 많이 힘을 쓰는 우를 피하기 위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체력 안배에 중점을 두고 달리는 연습을 하듯이, 글씨 연습도 시작과 동시에 많은 양의 글을 쓰기보다는 글씨 자체의 과정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점차 쓰는 양을 늘려 가기를 권한다.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고 힘든 dead point를 만나게 되는데, 그 순간을 지나 계속 달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은 가뿐해지고 희열감까지 느끼는 이른바 ruuner’s high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 순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온 감각을 텍스트에 집중하며 글씨 쓰기를 이어 나가다 보면 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writer’s high(필자가 방금 지어낸 말이다.)를 경험하기도 한다.


여러분들도, 마라톤과 같은 자신의 글씨 여행길에서 나처럼 몰입감과 그 무엇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대사랑의 글씨와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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