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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04. 2024

필사라는 계단

2024.5.3. 금, 맑음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5p

내용:

만약에 소설이나 시, 극본을 쓰려고 한다면 이런 예술 장르는 픽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의 과장과 변형을 할 수는 있다.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가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다. 어쨌거나 책 한 권을 시작해서 완성하려면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올라갸야 한다. 계단 하나하나 오르는 일을 즐겁고 신명나게 해야만 마침내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다.

정자체,원고지,10분,중성펜,3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iqXbe3mURtI?feature=share


 필사라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필사라는 난간을 잡고 글쓰기라는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고 있다. 매일 한 개씩. 절대로 두 칸은 없다.


 필사 방송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을 때는 층층이 연결된 계단을 상상하지 않았다. 올라야 하는 꼭대기나 정상을 염두에 둔 시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개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특정 돌로 구성된 징검다리였다. 실수로 발을 헛디디면 물에 빠지기 딱 좋은 그런 허술한 다리. 조심조심 주위를 살펴야 하고 덕분에 속도는 낼 수 없는 듬성듬성한 다리. 그렇게 돌을 하나씩 놓고 디뎌 앞으로 나가는 일보 전진을 생각할 뿐이었다.


 그 징검다리는 점점 돌계단으로 변해갔다. 어지러운 모양의 돌은 계속 커지고 각이 잡혀 발을 쉽게 디딜 수 있게 변했다. 좁은 보폭으로도 오를 수 있도록 높이도 점점 낮아졌다. 점자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다리 근육도 성장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매일 어디선가 나타나 함께 보폭을 맞추는 동무들이 생겼다. 한 걸음씩 전진했을 뿐인데 여러 개의 발이 오와 열을 맞추고 있었다. 동시에 박자도 탔다. 반보조차 떼기 어려운, 발이 무거운 날에도 함께하는 그 행진이 나를 이끌었다. 더 쉬운 발걸음이 되었다.


 여전히 계단의 끝이 어딘지, 오르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계단 오르는 일이 즐겁고 신명 나기에 오늘 작가가 말한 것처럼 꼭대기에 꼭 도달할 거라고 믿는다.


 브런치라는 또 하나의 난간을 잡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수많은 이웃이 여기에 손 내밀어, 행진이 퍼레이드가 될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오늘도 그냥 계단 한 칸이다. 이거면 충분하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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