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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06. 2024

글쓰기는 숨바꼭질

2024.5.5. 일. 하루종일 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5p, 106p

내용: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리듬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때 제일 글이 잘 써지고 어떤 때는 도저히 한 줄도 못 쓰는지 알면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적어도 나 스스로 재미있어서 자발적으로 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오래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 이것 또한 나(의 능력)를 알아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원고지,유성볼펜,정자체,13분,5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GOp3LdLnOxg?feature=share

 오늘 글에서 최옥정 작가는 책 한 권을 신명 나게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리듬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이 술술 써지는 상황이나 상태를 관찰하여 주도적인 글쓰기 환경 만들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글쓰기의 효력, 중요성에 대해서는 성공한 자들의 유튜버 영상들과 자기 계발서를 통해 수백 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성공의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웠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삶, 경제적 자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인생, 편안한 노후 등 지금 삶에 대한 불만에서 생성된 성공의 가면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늘 가하고 있었다. 실행 없는 생각만의 감옥 안에서 불만은 불안으로 변질되어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나는 어떤 때에 글이 잘 써지는가?' 필사 후 스스로에게 물었다. 잘못된 질문임을 알아차렸다. 이제 겨우 블로그에 몇 줄 적기 시작한 자에게는 대답할 수 없는 엉터리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때에 글쓰기를 하고 싶은가?'로 질문을 바꾸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글이다.


 글쓰기를 일정 기간 동안 해 온 적이 없기 때문에 특정한 시점이나 환경에 의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할뿐더러 썼다 지우는 반복을 싫어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탐탁지 않았다. 이것이 글쓰기를 대한 나의 자세였다.


 딱 한 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글을 써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2021년 11월 14일, 결혼 17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가족들과 저녁에 맥주 한 잔을 먹고 잠든 그다음 날 오전, 정신을 차렸을 땐 신경과 병동이었다.

뇌경색.


 2주간의 집중 치료와 재활.

어지럼증이 주요 후유증이었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몸 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계속 집에서 재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여행 캐리어를 지팡이 삼아 집에 있는 벽이란 벽은 다 짚고 다니며 집안을 순회하는 것으로 내 하루를 채워야 했다. 아무런 기약 없이.


 50이 안 된 젊은(?) 나이여서인지 회복은 순조로웠다. 봄이 와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해가 바뀌고 찬바람이 잦아들 때쯤 바깥공기를 맡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몇 달 만에 조금 느려진 걸음걸이로 변했지만 동네 한 바퀴는 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현관을 나섰다.


 몸은 실외 환경에도 금방 적응했다. 점차 거리를 늘여 갔고 보폭도 넓혀졌다. 걷고 또 걸었다.


 발은 점점 가벼워졌으나 머리는 갈수록 무거워졌다. 발병의 원인을 찾는 수없이 많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나리오들을 몇 번이고 되돌리고 있었다. 일상으로 복귀 후 먹고살 일에 대한 계획이 이어졌다. 후회와 걱정이 범벅되어 꼬불꼬불한 뇌주름 사이로 삐쳐 나와 목과 어깨를 타고 흘렀다. 머리는 다시 균형을 잃고 목은 뻣뻣하고 어깨는 땅을 향해 점점 각도를 좁혀갔다.


 뇌에서 Overflow 되는 생각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팽이를 살리기 위해 채치기를 하듯 느리게 돌아가는 뇌세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았다.

2022년 1월 1일 시작한 필사가 도움을 주었다.


 그냥 썼다. 동네 주변을 빙빙 돌 때 흘러넘치던 생각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남겼다. 유튜브 채널과 브런치에 그 기록들을 공유했다. 좋아요와 라이킷으로 응원을 받았다.

 회복의 곡선은 가파른 기울기로 변했다. 내 예감이 맞았다. 글쓰기가 나를 살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시간이 흐르고 움직일 만하게 되니 글쓰기를 멈췄다. 일상만으로도 바쁘다는 꽤나 거창한 변명이 큰 역할을 했다. 더 이상 흘러넘치지 않는 식어버린 뇌 탓도 있었을 것이다.


 2023년 가을에 시작한 7번째 필사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한 번 읽고 좋았던 터라 다시 읽고 싶어서 필사 책으로 골랐다. 매일 글쓰기에 관한 내용으로 필사 방송을 채워갔다. 머리로 읽고 손으로 한 번 더 읽는 일을 하루하루 반복했다. 책 내용이 몸 구석구석에 각인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써야 산다는 생존의 문제보다 쓰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각인된 책 내용을 통해 가슴속에서 삐쳐 나왔다.


 블로그를 만들었다. '대사랑의 'ㄱㅆ' 이야기'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대문 이름을 지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가장 하고 싶은 글씨 이야기를 필두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지금 글을 쓰고 있다.


Q : '나는 어떤 때에 글을 쓰고 싶어 지는가?'

A : 나는 살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진짜의 나로 살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글쓰기가 싫어질 땐,

본모습을 찾기로 한다.


글쓰기는 나 혼자 하는 숨바꼭질이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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