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1

by 대사랑 biglovetv

"선생님,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서 어찌할지 모르겠어요." 어제 받은 메일에 있던 말이다.

매일 밤, 새까만 스크린을 전장으로, 한 손에는 연필을 총인 양 꽉 잡고 다른 손은 방아쇠를 당기듯 책갈피를 하면서 같은 책을 필사하는 자신만의 조용한 전쟁. 그 살벌하지 않은 전쟁터의 나의 전우이자 필우인 그분의 메일.


어느 날, 그 총성 없는 전쟁 중에 불현듯 쏜 그분의 댓글.

'이번 주 토요일 제 아들 장가갑니다."

복잡한 감정들이 보였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했다. 얼굴도, 어디 사는지도 전혀 모르는 친구에게 하는 용감한 고백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품어온 자식을 밖으로 보내는 어미의 마음이 느껴졌다. 직접 겪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그 마음.


싱어게인 2의 7호 가수,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위로했듯이 나의 글씨가 그분을 힘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작은 손동작이 큰 선물이 되어 그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분이 보내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동안 손이 계속 떨렸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칠순과 팔순을 훌쩍 넘기신 나의 부모님이 결혼 17년이 지난 나에게 다시 당부하는 말 같았다. 내가 더 큰 선물을 받았다.


그분의 진심을, 곧 품을 떠날 철없는 아들이 매일 볼 수 있도록 멋지게 쓰고 싶었다. 다음 주부터는 매일매일 정답 없는 쪽지 시험을 쳐야 하는 아들에게 커닝 페이퍼를 몰래 주는 마음으로 써내려 갔다. '정답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라는 말을 잇고 싶었다.


오늘 아침을 먹고 서둘러 액자를 포장하고 택배 스티커를 붙여 내손을 떠나보냈다. 이 순간 나는 항상 이 선물을 받고 행복해할 수신인을 그린다. 늘 가까운 곳에 두고 가끔씩 보면서 힘내는 그를 상상한다. 이 상상은 앞으로도, 나는 이런 과정을 즐길 수 있다는 명분을 가진 내 마음에 심는 나무다.

선물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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